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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피해자①]"남북 정상회담 때 최소한 생사확인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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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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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연좌제와 가난의 굴레…정부 더이상 외면 안돼"

= [편집자주] 4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전쟁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한반도에 기적 같은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온 세계가 남·북 정상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바로 납북자·억류자 가족들의 이야기다. 70년 가까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경제적 궁핍과 납북가족이라는 낙인을 꿋꿋이 견뎌낸 이들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 분들을 뉴스1이 만나봤다.

6.25납북피해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6.25납북자 가족들을 위한 보상지원법 제정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3.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6.25납북피해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6.25납북자 가족들을 위한 보상지원법 제정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3.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생사라도 알아야 하는데 생사조차 몰라. 이젠 시간도 오래돼서 아버지 얼굴 기억이 날듯말듯해요."

전쟁통에 아버지를 잃은 이장희씨(73)의 목소리가 떨렸다. 68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장희씨는 아직도 납치돼 북으로 끌려간 아버지만 생각하면 눈에 눈물이 고인다.

지난 2011년 국무총리실 산하에 '6·25전쟁 납북진상규명위원회'가 설립되면서 납북사건들의 진상을 파악하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2015년 12월 접수 마감까지 5505건이 접수돼 4782명이 납북피해자로 인정됐다. 다만 이는 6·25납북피해자대책위원회(대책위)가 추산한 최대 10만명의 남북자에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납북피해자 중 한명인 장희씨의 아버지 이용준씨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대전 철도사무실에서 근무하던 공무원이었다. 전쟁이 시작된 지 얼마지나지 않아 인민군은 대전을 함락시켰고 이때 용준씨는 철도사무실에서 근무하다 납북됐다. 장희씨가 6살 때 일이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장희씨 어머니와 동생도 피난도중 목숨을 잃었다. 6살의 나이에 혈혈단신이 된 장희씨는 할머니의 손에 길러졌다. 하지만 어려운 사정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생업을 위해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납북자 가족'이라는 굴레는 한평생 장희씨를 따라다녔다. 당사 많은 납북자들이 스스로 월북한 것으로 치부됐고 장희씨에게는 연좌제의 꼬리표가 붙었다. 공무원이 될 수도 없었고 '파독 광부'처럼 돈을 벌기 위해 외국에 나가기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전시 납북피해자 가족들은 대통령이, 나라가 잘못해서 일어난 전쟁에 피해를 본 사람들인데 한번도 보상이나 위로를 받아 본 적이 없어요."

장희씨는 4월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이 달갑지 않다. 아직까지도 가족을 앗아간 북한이 밉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장희씨는 반드시 납북피해자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희씨는 "이번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생사확인은 물론 유골송환 문제가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면서 "더 늦기 전에 보상도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6.25납북피해자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6.25전쟁납북피해자 보상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6.25전쟁납북피해자 보상지원법 제정 및 피해보상을 촉구했다. 2018.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6.25납북피해자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6.25전쟁납북피해자 보상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6.25전쟁납북피해자 보상지원법 제정 및 피해보상을 촉구했다. 2018.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마찬가지로 전쟁에서 아버지가 납북된 이금주씨(68·여)의 사정도 비슷했다. 금주씨의 아버지는 경기 포천에서 경찰관으로 재직하던 중 포천에 진주한 인민군에 의해 납북됐다. 같이 끌려가다 밧줄이 느슨해진 틈에 탈출한 동네사람 한명이 아버지의 납북사실을 금주씨의 어머니에게 전해줬다고 한다. 당시 금주씨는 어머니 뱃속에 있었다.

졸지에 유복자가 된 금주씨는 어머니의 재가로 할머니와 삼촌의 손에 길러졌다. 사랑을 가득 받으며 자랐지만 역시나 가정 사정이 어려웠던 탓에 중학교도 채 마치지 못했다.

금주씨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한평생 아버지가 납북됐다는 얘기를 꺼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생사라도 알고 싶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간은 자꾸 가고 나이가 드는데 부모 얼굴 한번 못 보고 생사도 모른 채 아팠던 세월만 생각하면 아직도 한이 맺히고 계속 눈물이 나요."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 내내 울먹이던 금주씨 역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전시 납북자 생사확인과 유골송환, 보상문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6·25전쟁이 종전 65년을 맞아가지만 현재까지 정부 차원에서 전시 납북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보상과 지원은 이뤄진 적이 없다. 전후 납북자의 경우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보상금과 각종 보훈행정 혜택 등의 보상이 이뤄졌다.

김규호 선민네트워크 대표는 "미국과 일본까지 관심을 갖고 있는 전시 납북피해자 문제에 우리 정부가 외면한다면 직무유기"라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전시 납북피해자들의 생사확인, 유해송환, 피해보상 문제는 기본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한이 전쟁 중 저지른 납치범죄인만큼 북한에 보상을 요구하거나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보상 등의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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