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에서 '소프트웨어'로, 50년 포스코의 도전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포항종합제철의 모든 성공 여부는 지금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직접적인 사명입니다"

1968년 4월 1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열린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現 포스코) 창립식. 박태준 당시 사장이 낭독한 창립사는 비장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날부터 50년이 지난 올해 4월 1일까지 국내 첫 일관제철소(고로를 통한 쇳물 제작부터 최종 철강제품까지 한 번에 모두 만들 수 있는 종합제철소) 건설, 세계 최대 규모 광양제철소 건립, 세계 첫 파이넥스(가루 모양 철광석과 일반탄을 바로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 공법 상용화, 세계 철강사 첫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개발 등 포스코가 남긴 발자취는 정권과 시대 변화와 무관하게 이어진 '도전 DNA'였다.

◇대일청구권으로 첫 한국 일관제철소 마련=한국 첫 일관제철소는 1973년 6월 9일 오전 7시30분 첫 쇳물을 토해냈다. 이 날은 '철의 날'로 지정됐다. 이후 1973년 7월 3일 포항제철 1기 설비 종합준공식이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260만톤 체제의 2기 설비를 준공한 1976년 5월 이후부터는 한국의 철강생산 능력이 사상 최초로 북한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첫 일관제철소가 태어나기까지 산고는 만만치 않았다. '산업의 쌀'을 우리 스스로 확보하자는 당시 포스코맨들의 신념은 확고했지만 천문학적 자금 조달 길이 막혀있었고, IBRD(세계은행)와 USAID(미국국제개발처)는 한국에 종합제철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연이어 냈다.

'실탄'의 벽은 대일청구권으로 넘었다. 대한국제제철차관단(KISA)을 통한 자금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1969년 1월 박태준 당시 사장은 한일국교정상화 협상단 참가 당시 대일청구권자금 일부가 남아 있던 것을 기억, 대일청구권의 일부를 건설자금으로 전용하는 구상을 했다.

같은 해 8월 제3차 한일각료 회담에서 일본 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냈고 1970년 착공에 이어 1973년 일관제철소가 첫 쇳물을 만들어내 포스코는 국가 산업 육성의 버팀목으로 힘찬 기지개를 켰다.

◇광양제철소 발판 세계 3위 철강사 도약=포스코는 첫 일관제철소 확보 후 12년 만인 1985년 세계 최대 규모 단일 제철소 광양제철소 건설의 첫 삽을 뜨며 양적 도약을 본격화했다.

광양만 바다를 매립해 마련된 총 1488만㎡(약 450만 평) 부지 위에 세워진 이 제철소는 연간 1140만톤의 쇳물을 만들어냈다. 940만톤 체제의 포항제철소를 합쳐 포스코의 조강생산능력은 2080만톤으로 뛰어올라 단숨에 세계 3위 대형 철강사로 부상했다.

광양제철소는 글로벌 철강산업에 충격을 던졌다. 1975년 84㎏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1인당 철강소비량은 1990년 선진국 수준인 500㎏을 넘어섰고, 1991년에는 600㎏을 돌파했다. 포항제철소 건설에 설비과 기술협력을 제공한 일본 철강업계는 광양제철소 건설계획이 발표된 1981년을 '부메랑 원년'으로 명명했다. 양국 철강 교역사상 처음으로 물량 면에서 한국은 일본을 추월하고 있었다.

◇'파이넥스'로 기술 패러다임 전환=세계 최초로 파이넥스 상용설비를 준공한 2007년, 포스코는 세계 철강기술사를 다시 쓰며 질적으로도 도약한다. 파이넥스는 "쇳물은 용광로에서 생산된다"는 철강산업의 기술 패러다임 자체를 바꿨다.

원료를 예비처리하는 공정을 생략하고 값싼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바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동급 일반 용광로 대비 투자비와 생산원가를 85%까지 절감할 수 있게됐다. 용광로 대비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은 각각 40%와 15%에 불과하고 최근 이슈가 되는 초미세먼지도 34% 수준이어서 친환경성도 대폭 끌어올렸다.

파이넥스 상용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1992년부터 500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집행됐다. R&D 부문 구조조정을 단행해 연구 부문을 분야별로 전문화했다. 1994년에는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와 포스코기술연구소 포스코개발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한국신철강연구조합을 결성해 1992년 이후 10년 간 200억 원 이상의 국책과제 연구개발비를 지원한 정부의 노력도 보탬이 됐다.

◇철강 넘어 4차산업혁명으로...=포스코의 도전은 이제 '철강 밖'으로 뻗는다. 4차산업혁명의 키워드인 '스마트 팩토리'의 플랫폼 '포스프레임'이 상징적이다.

2014년 포스코가 글로벌 철강사 중 최초로 자체 개발한 포스프레임은 50년간 축적된 현장 노하우에 사물인터넷(IoT), 빅 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최적의 생산현장을 구현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품질 결함 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불량을 최소화하는 한편, 작업장의 위험요소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안전한 생산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 포스코ICT등 그룹 주력 계열사를 모두 참여시켜 전체 사업영역에 플랫폼을 구축 중"이라며 "궁극적으로 스마트인더스트리를 위해 그룹 전체 사업 구조를 재편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