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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 답답했던 축구, 취미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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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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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0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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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발견-③] 남성의 전유물 축구, 여자의 취미가 될 수 있을까?

[편집자주] '야근지옥'이 끝나고 '주52시간' 시대가 열린다. 하지만 일하느라 바빴던 나, 무엇을 할까 고민이다. 일에 치여 꿈도 꾸지 못했던 취미를 찾아보면 어떨까? 영화 감상, 독서… 평범함은 지겹다. 부케나 반려견 쿠키 만들기부터 스트라이커 도전기, 쓰레기 줍는 조깅 '플로깅'까지 취미의 신세계를 소개한다.
'입축구' 달인이자 자칭 '축구덕후'인 기자가 직접 축구를 배우기 위해 클래스를 수강했다./사진=박가영 인턴기자
'입축구' 달인이자 자칭 '축구덕후'인 기자가 직접 축구를 배우기 위해 클래스를 수강했다./사진=박가영 인턴기자
[빨간날] 답답했던 축구, 취미가 되다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돕는다고 했든가. 전 국민이 작동시킨 '행복회로'(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가 통했다. 지난 27일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 조별 리그 3차전에서 세계 1위 독일을 2대0으로 꺾는 기적을 연출했다. 강한 투지로 독일을 제압한 한국은 죽음의 F조에서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야 원하던 경기력이 나왔다. '축덕'(축구 열성 팬)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국 대표팀 경기를 챙겨보는 건 당연지사고 기성용, 손흥민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소속된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보느라 밤을 새우기 일쑤인 기자에게도 그랬다.

조별리그 1·2차전에선 부진한 경기력 때문에 답답한 마음이 앞서 선수를 향한 질타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크로스는 그렇게 올리는 게 아니지!" 안방 1열에서 경기를 관람하며 기자는 '발'이 아닌 '입'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답답하면 너희가 뛰라고? 그래! 내가 뛴다"

한국 대표팀 주장 기성용은 과거 "답답하면 너희들이 뛰든가"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진은 당시 논란이 됐던 기성용 미니홈피 화면./사진=인터넷 커뮤니티 화면 캡쳐
한국 대표팀 주장 기성용은 과거 "답답하면 너희들이 뛰든가"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진은 당시 논란이 됐던 기성용 미니홈피 화면./사진=인터넷 커뮤니티 화면 캡쳐

한국 축구대표팀 캡틴 기성용은 '입 축구' 전문가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답답하면 너희들이 가서 뛰든지"

돌이켜보니 축구공을 제대로 만져본 기억이 없다. 주변을 봐도 남자 축구 팬들이 취미 삼아 친구들과 직접 경기를 뛰는 경우는 많았지만 축구하는 여성 팬을 찾기는 힘들었다.

명색이 '축덕'인데 언제까지 '입축구'만 할 수는 없었다. 축구를 새로운 취미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결심이 서자 성인 축구 클래스를 검색하고 신청하기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오후 2시 예약한 수업을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로 향했다. 장대비가 내렸지만 실내에서 진행되는 수업이라 별 다른 문제는 없었다. 수업 시작 전 이름, 운동 경험 등 간략하게 자기소개를 마친 뒤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축구 배우러 오는 여성 회원도 있나요?"

황수환 커스텀 축구 아카데미 대표는 "남성 회원에 비해 적은 수긴 하지만 여성 회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성인들이 주요 수강생인데 건강을 위해 퇴근 후 축구 클래스를 찾는 50대 회원들도 꽤 있다"며 "축구가 열량 소모가 많은 운동이라 헬스, 요가 등 평범한 운동에 지루함을 느끼는 여성들에게 다이어트 운동으로 안성맞춤"이라고 답했다.

수업은 다양한 훈련으로 진행된다. 축구를 처음 해보는 기자는 기본적인 훈련을 받으며 감각을 익혔다./사진=박가영 인턴기자
수업은 다양한 훈련으로 진행된다. 축구를 처음 해보는 기자는 기본적인 훈련을 받으며 감각을 익혔다./사진=박가영 인턴기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갔다. 운동 중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스트레칭 후 바로 축구공을 이용한 간단한 동작을 익혔다. 첫 동작은 '인사이드 볼 필링'. 발 안쪽을 이용해 공을 좌우로 터치하는 아주 기본적인 동작이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이어지는 동작에서도 자꾸 기준점을 벗어나 공을 줍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했다.

감각을 익힌 뒤엔 볼을 지면에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튕기는 '볼 리프팅' 훈련이 이어졌다. 평소 자유자재로 볼 리프팅을 하는 선수들을 동경해온 터라 잘하고 싶은 마음에 더 적극적으로 임했다. 허벅지를 이용한 볼 리프팅에 성공하자 뿌듯한 마음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에어컨이 가동 중인 실내였음에도 수업 시작 20분 만에 땀이 비 오듯 흐르기 시작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코디네이션 훈련'에 돌입했다. 황 대표는 "코디네이션 훈련은 신체의 각 능력을 고르게 발달시키기 위한 것으로 축구선수들도 매 시합 전 이 훈련을 하고 경기를 뛴다"며 "이 훈련을 통해 자연스럽게 축구 동작들을 익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디네이션 훈련은 대표팀 몸풀기 장면에서 자주 보던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다리와 콘 등을 이용한 코디네이션 훈련이 시작되자 '진짜' 축구선수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기분만이었다. 여전히 몸짓은 한없이 어색했다.

수업 마지막엔 '시저스' 동작을 배웠다. 시저스는 축구선수들의 개인기 중 하나로 일명 '헛다리'로 많이 알려진 기술이다. 이영표 해설위원이 과거 대표팀 시절 자주 사용했던 기술이다. 현재는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현란한 개인기 중 하나로 유명하다. 마음만은 호날두 같았지만 폼이 영 나지 않았다.

◇생각보다 '더' 힘든 축구, 그동안의 '입 축구' 반성하게 돼

해보지 않고서는 말하지 말라 했다. 축구가 그랬다. 약 50분, 축구선수에겐 몸풀기 훈련에 불과한 수준의 수업이었지만 끝나고 나니 기진맥진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골대에 축구공을 넣기가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답답하면 너희가 뛰어라'고 한 기성용의 심정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었다.

직접 해보니 축구의 매력은 배가 됐다. 축구화가 아닌 일반 운동화를 신고도 수업에 참여할 수 있어 초기 비용도 낮은 편. 썩 괜찮은 취미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축구공을 어색하게 드리블하는 모습이 스스로도 우스꽝스러워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지만 꾸준히 배워두면 취미는 물론 색다른 특기로 내세울 수도 있을 듯했다. 쏟아지는 땀을 보니 운동 효과도 기대 이상이었다.

여성에게도 축구는 취미가 될 수 있다. 기자가 수강한 일대일 축구 클래스는 개인의 능력에 맞춰 진행되고 수업 중간중간에 강사가 수강자의 컨디션을 점검한다. 황 대표는 "수업 방식이나 커리큘럼엔 남녀 차이가 없지만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여성 회원의 경우 강도를 낮춰 수업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축구수업 다음 날, 뻐근한 근육통으로 무거워진 다리를 끌며 출근하는 길.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다짐했다. 축구 실력이 제대로 갖춰지기 전까지 더 이상의 '입 축구'는 없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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