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셀카 노출사진' 협박·유포자에 첫 강제추행죄

강제추행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모씨(33)가 피해 여성들에게 사진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하는 내용의 대화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채팅 앱(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여성에게 스스로 중요 신체 부위를 찍어 전송하게 하고 이를 빌미로 추가 노출 사진을 보내라고 협박한 혐의로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경찰은 이 같은 온라인상 범죄에 최초로 강제추행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채팅 앱에서 만난 여성 6명에게 노출 사진을 요구하고 사진 3800여장을 받은 김모씨(33·회사원)에게 형법상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김씨는 협박·성폭력 범죄의 처벌 특례에 관한 법률(성특법) 위반·정보통신망 법상 음란물 유포 등 혐의도 받는다.

이번 사건은 채팅 앱에서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해 전송하게 한 경우에도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다. 성특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유포한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했다. 소위 셀카(스스로 찍은 사진)의 경우에는 처벌이 어려웠다.



강제추행죄 적용이 가능했던 건 올해 2월 대법원에서 여성들을 협박해 음란 사진을 촬영하게 하는 행위도 강제추행 간접정범으로 인정한 판례 덕분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특법 적용이 안되는 사각지대를 이용해 그동안 교묘하게 낮은 형량을 받으려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강제추행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5년부터 올해 4월까지 랜덤 채팅 앱에서 알게 된 여성 6명에게 자신의 신체 부위가 노출된 셀카와 영상을 전송받은 뒤 "추가로 사진을 보내지 않으면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들은 상습적으로 사진을 보냈다. 김씨가 이렇게 모은 사진은 3848장, 영상은 493개다. 경찰 압수수색 결과 김씨 주거지에서 하드디스크 1개, USB(이동식 저장장치) 3개, 휴대폰 1대에서 피해자들의 사진이 발견됐다.

김씨는 인터넷 쇼핑몰의 남자 모델 사진을 도용해 본인을 서울 강남에서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는 돈 많은 사업가로 사칭했다. 여성들에게 접근해 성적인 대화를 나누며 신체 부위가 노출된 사진을 받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피해자 지인에게 나체 사진 등을 실제로 유포하기도 했다.

심지어 포털사이트 내 카페를 운영해 140여개 게시판을 만들어 전송받은 여성들의 나체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여성의 이름이나 신체부위, 한국 일반인 등으로 분류해 운영했다. 해당 카페는 김씨 1인만 가입된 것으로 확인되나 다른 회원들을 초대할 수 있는 상태여서 언제든지 사진과 영상이 유포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는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