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압박 다각화… 스파이 잡고 올림픽개최도 막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3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외국인투자위험조사현대화법(FIRRMA) 관련 원탁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FIRRMA는 ‘특별관심국가’의 자본이 미국의 첨단기술 및 안보 관련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핵심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법안으로, 사실상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세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이 장외로 확대됐다. 정부에선 기밀 절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의회에선 국제대회 개최 무산을 예고했다. 그러나 정작 무역전쟁 일선에 있는 미 기업들은 자사 지역구 의원들까지 소환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10일(현지시간) 자국 항공 기업들의 영업 비밀을 훔치려 한 혐의로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을 기소했다. 쉬옌쥔이란 이름의 중국 요원은 GE 항공을 비롯한 미국과 유럽 항공 기업들의 기술 정보, 영업 비밀을 빼내려다가 지난 4월 벨기에에서 체포돼 이번 주 미국으로 인도됐다.


법무부 기소장에 따르면 쉬 요원은 2013년부터 활동했으며 정부 관리와 중국 대학들과도 연관돼있다. 그는 주요 항공 기업의 직원을 중국 대학으로 초청해 강연하게 하면서 기술 정보를 빼 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측은 "이번 일은 개별적인 사건이 아니다"라며 "미국의 비용으로 중국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중국 정부) 정책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미 재무부도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규제안을 내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재무부는 올 초 제정된 '외국인투자 위험요소 검토 개정안'을 기반으로 반도체와 통신, 안보 등 27개 분야 기업에 대해 외국인 투자가 이뤄질 경우 안보 관련 검토 보고서를 제출토록 했다. NYT는 "중국이 미국 기업을 사거나 투자, 제휴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빼내 가는 걸 막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라고 분석했다.


의회는 중국의 인권을 문제 삼았다. 중국 인권 문제 조사를 이끄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을 부당하게 수용하고 반(反)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있다"며 "4년 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중국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재검토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 자동차 제조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중국에서 단일기업으론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 조치를 발표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중국의 보복"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국에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는 미국이지만 정작 업계에선 무역전쟁에 신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언론 폴리티코는 "7월 6일 발효된 (340억 달러 규모의) 대중 관세와 관련해 소규모 제조업체 등으로부터 수천 건에 달하는 예외 신청이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예외 신청 건수를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폴리티코는 의견게재 사이트 'Regulations.gov'를 근거로 최소 2695건, 최대 6102건의 예외 신청이 접수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폴리티코의 논평 요청에 USTR은 답하지 않았다.

자사가 위치한 지역구의 의원을 압박하는 기업도 있다. 실제 캔자스주가 지역구인 공화당의 팻 로버츠 상원의원과 로저 마샬 하원의원은 캔자스 소재 기업 벤치마크플라스틱의 관세 면제를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