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기업의 변신… 말보로, '대마업체' 사실상 인수

지난 10월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기호용 대마초가 합법화 된 첫날 한 시민이 대마초 흡연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세계적인 금연 바람으로 전통적인 담배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유명 담배 '말보로'의 모기업 미국 알트리아가 캐나다 대마초업체를 사실상 인수한다. 알트리아는 대마사업뿐 아니라 전자담배업체 '줄 랩스'와도 지분 투자를 논의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알트리아는 7일(현지시간) 캐나다 크로노스 그룹의 지분 45%를 18억달러(약 2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알트리아는 5년 내 총 지분을 55%까지 늘릴 수 있어 사실상 인수 수순이다.


하워드 윌라드 알트리아 CEO(최고경영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커지는 세계 대마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것"이라고 이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크로노스 그룹의 마이크 고렌스타인 CEO는 "알트리아는 우리에게 이상적인 파트너"라면서 "유통망과 인프라를 확장시키고, 연구·개발에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알트리아의 대마사업 진출은 담배사업이 어려워진 반면 대마사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미국 내 성인 흡연율은 14%(질병통제예방센터 조사)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960년대 중반만 해도 흡연율은 42%였다.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미국 역시 금연구역을 넓히고 담배세를 올리는 등 강력한 금연정책을 펴온 영향이다. 알트리아의 미국 내 담배 판매량 역시 2000년 2119억 개비에서 지난해 1166억 개비로 반토막 났다. 알트리아 주가는 올해만 20% 넘게 떨어졌다.

전통적인 담배사업과 달리 대마초 분야는 '그린러시'(green rush)라고 불릴 만큼 전망이 밝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워싱턴DC 등 9개 주가 기호용 대마초 흡연을 합법화했고, 캐나다가 지난 10월17일 우루과이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기호용 대마초를 허용하는 등 주변 상황이 좋다.


대마 투자회사 MJIC가 집계하는 북미마리화나지수(North American Marijuana Index)는 2015년 1월 기준 100포인트에서 지난 7일 237.28로 뛰었다. 약 3년 동안 시장이 2배 넘게 커졌다는 뜻이다. 또다른 대마 투자업체인 알크뷰마켓리서치는 북미 지역 대마초 소비 규모가 지난해 92억달러(10조원)에서 10년 후인 2027년 473억달러(5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날 알트리아의 투자 소식에 지난 2월 나스닥에 상장한 크로노스 주가는 21.7% 급등했다. 알트리아는 장중 3.2%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0.4% 하락 마감했다.

한편 알트리아는 최근 미국 전자담배업체 '줄 랩스'(Juul Labs)에 지분 투자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줄 랩스는 '줄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게 했을 만큼 미 전자담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점유율은 75%이다. 줄 랩스의 기업가치는 150억달러 정도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