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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0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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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터닝포인트]브라질에서 헝가리에 이르기까지 트럼프가 형성한 분노의 국수주의는 여전히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그의 성마름을 이용하고 미·중 냉전의 기운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때 미국인 유권자들은 후퇴하고 있다

[편집자주] '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 포인트 2019'가 발간됐다. '터닝 포인트'는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을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올해의 주제는 '화합의 시대로 가는 항해: 가치와 질서의 재편성'이다. 격변하고 있는 전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떤 가치가 중심이 될 것인지를 가늠하고 준비하는데 '터닝 포인트'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뉴욕타임스
© 뉴욕타임스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아도취로 촉발된 변화의 안개 속에서 어떤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그 모양새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때때로 기분 나쁜 괴성을 지르며 덤비려고 하는 머리 여럿 달린 짐승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초연결의 21세기에 대한 약속이 과소평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공격적인 행동의 행보는 점점 더 빨라진다. 자유의 확산과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 등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에 목적을 부여했던 사상은 폐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와 함께 금요일이 되면 끔찍했던 것 같았던 나흘 전 월요일을 기억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 거의 날마다 새로운 스캔들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패조차도 일반적인 일이 될 수 있게 됐다.

적응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글로벌 '문화'는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부유하지만 가치는 떨어지는 엘리트들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트럼프의 미국 등이 그러하다. 한편 그러한 부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외국인을 혐오하는 민족주의로 분노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미친 부유한 아시아인들'과 '두메산골 촌뜨기들의 슬픈 노래'가 대결을 벌이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미국의 발언은 가치를 잃었다. 오히려 1945년 이후 수십 년 동안 구축된 전 세계의 안보를 뒤흔든 것이 바로 미국의 발언이다. 무역전쟁에서 승리하는 것 외에는 미국의 어젠다(의제)가 없는 이 진공 상태 속에서 중국이 떠오르고, 무능력은 확산되고 있으며, 독재자들은 무제한의 자유를 확보하고 있다. '가치'라는 단어는 기묘해 보인다. 정보를 통제 하는 억압적인 국가인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학 졸업자를 배출하고 있다.

수많은 아이들이 멕시코 국경에서 부모와 이별했다. 대통령 집무실에서는 허위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들이 매일 발표되고 있다. 언론은 대통령에 의해 '전 국민의 적(완전히 전체주의적 내력을 지닌 표현이다)'으로 공격당했다. 백악관이 CNN 기자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영상물을 조작했다. 트럼프는 미국 정보기관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신뢰도가 낮다고 간주했다. 유럽연합(EU)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잔혹한' 집단으로 묘사됐다. 반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에서 위대한 인물로 탈바꿈했다. 한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런 일들을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시작했다.

아, 트럼프가 최근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일에 프랑스 엔-마른 미군 묘지를 참배할 계획을 취소한 것을 잊을 뻔했다. 우리는 트럼프가 헤어스타일이 망가진다는 이유로 비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묘지에 묻혀 있는 2250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이역만리에서 목숨을 바쳤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안중에도 없다는 점도 안다. 또한 그가 약 2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이나 여타 전투 지역에 있는 미군 부대를 방문한 적이 없다는 점도 알고 있다. 머리숱 적은 이 겁쟁이는 미국인 전 사자들과 부상자들에게 등을 돌렸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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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트럼프가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 국수주의의 실체다. 방향 감각을 혼란시키는 슬로건이며 도덕적 굴욕거리인 엉터리 환상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평생 통치의 길을 열자 트럼프는 "어쩌면 우리도 언젠가는 한번 시도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것은 일종의 농담이었다. 동시에 세계의 상태를 보여 주는 창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를 무시할 수는 없다. 미국인들의 분노에 대한 그의 조작은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그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민주당원들에게 트럼프가 2024년까지 집권하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에서 최소한 37석을 더 확보하는 대승을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 더 많은 제약이 생겼다. 이주민들에 대한 그의 공격과 여성에 대한 명백한 경멸은 미국 전역의 교외 지역 선거구에 타격을 줬다. 점잖은 미국인들 대부분은 선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트럼프가 2020년 재선에 나설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 이제 트럼프의 당이 된 공화당은 2석을 늘려 상원을 장악했다. 모든 대통령선거에서 지렛대 역할을 한 오하이오주와 플로리다주에서 특히 강세를 보다.

2008년 금융계가 붕괴된 지 10년이 지난 후, 재난으로부터 무사히 탈출한 엘리트들을 향한 증오와 점점 더 커지는 불평등에 대한 분노는 여전히 세계 전역에서 초국가주의의 물결을 키우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브라질 대통령 당선은 트럼프를 집권하게 만든 트렌드의 최신판 사례일 뿐이다.

소련 제국에서 빠져나올 때 런던과 파리의 자유를 갈망했던 헝가리의 사회에서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 통치하에서 서구 세계가 가족, 교회, 국가, 그리고 결혼과 성에 관한 전통적 관념이 죽어버리는 장소가 됐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에 새로운 비 자유주의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적 지배를 위한 그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싸움은 EU가 나갈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영국이 2019년에 브렉시트라는 바보짓을 기어이 달성할 것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말이다.

브렉시트라는 결정은 일종의 계속되는 광기의 한 형태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처럼, EU를 떠나기로 한 표결은 브렉시트를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다는 분열 갈증 증상이었다. 25년 전 자유민주주의는 결정적인 우위가 확보된 것처럼 보지만 현재는 취약해진 모습이다. 자유무역은 공격을 받고 있다. 이주도, 인권도 마찬가지다. (이는 트럼프가 섣불리 단정해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대도시로부터의 문화적으로 소외된 주변부에 있다는 느낌은 물론 사무직 근로자들과 중산층 대부분의 오랜 임금 정체는 분열된 사회에 기여했다. 미국에서는 심지어 정직이라는 단어조차도 더 이상 합의된 의미가 아니다. 민주당원들은 정직이 사실(fact)에 순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믿는다. 트럼프의 왕국에서는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 정직이다.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트럼프는 역대 가장 정직한 대통령이다.

어휘가 공유되지 못하고 소셜미디어(SNS)가 대결을 부추길 때, 진보가 구축되는 타협에 도달하게 만들어 주는 서구 민주주의의 능력은 약해진다. 인생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의 70%를 얻는다면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어떠한 미국 정치인도 "원하는 것의 70%밖에 얻지 못했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쨌든 그 조치에 찬성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하지 못한다.

시 주석의 통치 하에서 사상 유래 없는 독재적 통치로 방향을 튼 중국에서는 그러한 우려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나라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빠르게 전진한다. 이러한 방식은 최근 수십 년간 8억 명의 사람들을 가난에서 구해냈다. 그러니 중국이 왜 스스로를 의심하겠는가? 중국은 이제 자유민주주의 모델에 대한 분명한 대안으로 스스로를 제시하고 있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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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그동안 중국을 잘 대해줬다. 미국 국내 정치의 마비, 미국의 도덕적 권위의 희석, 트럼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거부, 파리기후협정 탈퇴 등 모든 것이 현재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중국이 선호하는 일이다. 중국의 진보는 꾸준하고 지속적이다. 유럽에서는, 그리스에서 세르비아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아프리카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즉 자원과 기반시설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을 모조리 사들이는 것이다.

트럼프는 무역분쟁을 선택했고, 그의 불만은 적법하다. 하지만 중국에 맞서기 위한 일관된 지정학적 전략 정책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관세분쟁은 그의 일상적인 성마름처럼 보인다. 그가 김정은을 이상하리만치 포용하는 것도 중국의 입장을 강화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점을 드러내고 양보를 하고 있지만, 그 대가로 얻는 가시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주한미군 철수조차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위험한 바보짓일 뿐만 아니라 중국이 대단히 좋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시 주석 통치하의 중국 확장주의와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은 냉전기간 중 유럽의 긴장을 부추기고 동아시아도 자극한다. 2018년 11월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불공정 무역관행'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대단히 심각해서 출범 25년 만에 처음으로 코뮈니케(공동성명)가 발표되지 않았다. 나는 2050년까지 중국이 자국의 상승을 완성하기 위한 지역적 안정과 국제적 안정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대립하겠지만, 어떠한 군사적 충돌도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사회의 사용자들이 이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한계들은 기술을 통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20세기 전반기가 아니다.

트럼프와 여타 민족주의자들은 파시즘의 많은 방법을 사용한다. 희생양 만들기, 외국인 혐오증, 민족주의적 신화 만들기, 군중 동원 등이 이에 포함된다. 하지만 개방된 사회를 선호하는 세력은 100년 전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모든 곳에서 장벽이 올라가고 있고, 중국은 인터넷이 통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하지만 사상과 이상주의의 확산은 쉽게 억제되지 않는다. 트럼프처럼 정말 끔찍한 미국 대통령조차도 세상을 쉽게 벼랑 끝으로 내몰 수는 없다. 21세기의 희망은 국가나 트럼프의 집착이 아니라 사람과 네트워크에 있다.

미국 언론의 활력은 트럼프가 지닌 권력의 한계를 일부 보여 준다. 법무부를 포함한 미국의 정부기관들과 국내 최고의 언론매체에 대한 그의 공격으로 인해 강력한 조사 보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그것이 공짜가 아니라는 점도 말이다. 뉴욕타임스(NYT)를 포함한 신문의 온라인 구독이 급증했다. 이는 좋은 소식이다.

나쁜 소식은 트럼프의 '가짜 뉴스' 역시 더욱 강력해졌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 이 같은 소리가 들린다. 트럼프가 공식적으로 언론과의 싸움을 선언한 덕분에 기자들은 더 많은 공격을 당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처벌도 없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사관에서 일어난 야비한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은 이에 대한 가장 끔찍한 예이다.

공정하고 엄격한 진실 추구는 '거짓'으로 비난받는다. 백악관이 헛소문을 퍼뜨리고 명백한 거짓을 사실로 둔갑시킨다. 혼란이 시작됐다. 트럼프가 추구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선동적인 탈선이다.

이에 대한 대응에서 민주당은 초점을 잃으면 안 된다. 트럼프를 축출하는 방법은 그를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공화당원들은 더 이상 자유무역주의자, 국제주의자, 반러시아주의자의 당이 아니다. 그들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당’이다. 민주당 역시 과도기에 있다. 상당한 에너지와 승리를 거둔 곳에서 민주당이 좌경화해야 할까? 아니면 중도에서 새로운 표현을 찾아야 할까?

좌파 성향의 민주당 표로는 트럼프를 몰아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트럼프 왕국의 통제를 벗어난 변방의 후보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테이튼 아일랜드의 맥스 로즈와 콜로라도의 제6대 하원의원 선거구에 출마한 제이슨 크로와 같은 민주당 후보들은 초점이 (미국인들의 가장 큰 2개의 관심사인) 건강과 교육에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 현역 군인 출신인 두 사람의 강력한 애국적 메시지도 결합됐다. 그리하여 이들은 공화당 거물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키르스텐 시네마가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것도 중도 입장의 호소력을 보여 줬다. 트럼프를 이기는 최상의 방법은 강력한 결단과 할 수 있다는 애국심으로 중남미에서 실용적 성과를 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할 것이다. 트럼프의 비도덕성과 무자비함에는 한계가 없다. 그가 중간 선거에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멕시코와 국경을 향해 움직이는 중남미 이주민들의 소위 '캐러밴'에 대해 두려움을 조장한 것은 그가 지지를 획책하기 위해 앞으로 취할 수 있는 행동의 깊이를 보여 주는 표본이다.

미국은 4년 동안의 트럼프 통치를 되돌릴 수 있다. 8년 재임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공화당이 집권을 유지하려면 사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자유가 부차적인 것이라고 하는 가정을 보편화함에 따라 이는 인류에게도 중대한 일이 될 것이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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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코언은 NYT 칼럼니스트다. 1990년 NYT에 입사한 후 특파원과 국제부 에디터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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