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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레전드' 김종인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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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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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0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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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비례대표 수난사]②'전무후무' 5선 비례대표 김종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한국 정치사에서 비례대표를 이야기 할 때 김종인 전 의원을 빼놓을 수 없다. 경제전문가라는 타이틀로 보수와 진보 진영을 넘나들며 수시로 당적을 바꾸고, '노련한' 정치력을 발휘하며 정치권에 몸담았다. 경제민주화 이슈가 대두될 때마다 보수·진보 정권을 망라해 높은 주가를 올리며 발탁됐다.

◇비례대표계의 '레전드'=김 전 의원의 비례대표 경력은 전기(11‧12‧14대)와 후기(17‧20대)로 나뉜다. 김 전 의원은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의 손자다. 김병로 선생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초기 한국민주당에서 정치활동을 했다. 김 전 의원이 정치와 연을 맺은 건 조부의 비서 역할을 하면서다. 아버지를 다섯 살 때 여의고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김 전 의원이 그 유산을 물려받은 셈이다.

산업화 시대에 경제를 공부한 이력은 그의 정치적 자산이 됐다. 1964년 조부가 별세한 뒤 독일에서 재정학(공공경제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그는 유신 정권에서 정책자문 역할로 경제개발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1977년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고 1987년 개헌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을 포함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9년 10.26 사건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전두환‧노태우 등 당시 신군부 세력이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참여하면서 정치권에 본격 입문했다. 김 전 의원은 전두환‧노태우의 민주정의당 창당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다. 1981년부터 1988년까지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11‧12대 전국구(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역구에도 출마 경험은 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당시 관악을 당선자는 평화민주당 소속의 이해찬 의원(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었다. 이후 노태우 정권 때 보건사회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다 1992년 14대 총선 때 민주자유당 소속으로 다시 전국구 의원이 됐다. 그러나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정치권을 떠났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삼일 앞둔 10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주변에서 송파을 최명길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삼일 앞둔 10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주변에서 송파을 최명길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비대위원장의 '셀프공천'=김 전 의원은 후기(17‧20대)로 넘어오면서 경제민주화 전문가라는 이력을 무기로 당을 옮겨다니며 주가를 높였다. 오랜 기간 야인으로 지내던 그는 2004년 새천년민주당에 영입돼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복귀했다.

17대 의원 임기를 마친 뒤 다시 공백기를 가진 그는 7년 만에 보수정당으로 돌아간다. 2011년 12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발탁된다. 이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

2016년엔 또 다시 진보정당으로 유턴한다. 김 전 의원은 그해 1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선거대책위원장 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영입해 약 7개월 동안 활동했다. 그는 당시 "민주당의 병폐를 치유해 내년에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김 전 의원 영입으로 중도층 지지를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왔고, 민주당은 그해 총선에서 승리했다.

'셀프 공천 파동'도 이 시기의 일이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20일, 비대위 대표로 사실상 당 대표 격이던 김 전 의원은 자신을 비례대표 2번 후보로 올렸다. 공직선거법 제47조에 따라 1번을 비롯한 홀수 번호 후보는 여성에게 주도록 돼 있어 사실상 자신을 가장 높은 순위에 올린 셈이다. 이에 더해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김종인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언주, 문병호,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과 함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로부터 제안받은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장직을 수락하며 '2018년 중으로 헌법 개정을 완료하고 2020년 제7공화국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언주, 문병호,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과 함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로부터 제안받은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장직을 수락하며 '2018년 중으로 헌법 개정을 완료하고 2020년 제7공화국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비례대표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최근 정치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논의되는 가운데 김 전 의원의 사례에 들어 현행 비례대표제에 대한 비판과 개선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례대표제가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냐는 것이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전 의원의 비례대표 5선은 직능 대표 등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며 "지역구에서 당선 경쟁력을 따지면 대중성이 취약하지만 정당 차원에서는 경제전문가로서 필요하다보니 외연확장 카드로 쓰인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전 의원의 셀프공천 파동과 자기 사람들로 비례대표 후보를 채웠다는 논란도 제도적 문제점이 지적된다. 2004년 제17대 총선 이전에는 1인1표제였다. 지역구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찍으면 그 특정 후보가 소속된 정당에 표를 주는 형식이었다. 현재는 정당명부식 1인2표제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도 유권자는 정당에 표를 던질 뿐 후보 자체에 대한 선택권은 없다.

이 교수는 "당 지도부 추천으로 후보 명부가 정해지는 불투명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례대표 정수 확대 등이 논의되지만 국민들이 부정적인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며 "시민공천 배심원제, 정당 공천권 분권화 등으로 투명성 문제가 해결돼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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