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재수사’ 어디까지 확대될까…특임검사·특검 거론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정한중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이 25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김학의 전 차관 사건 관련 수사권고를 발표하고 있다. 2019.3.2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된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5일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와 2013년 경찰 수사 당시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민정비서관의 수사방해 혐의에 관한 수사를 권고했다. 특수강간 혐의에 대한 수사는 이날 권고 대상에선 제외됐다.


법무부가 "대검에 과거사위 권고를 송부해 신속하고 적절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검찰은 곧 수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과거사위가 이날 재수사를 권고한 부분은 김 전 차관이 2005~2012년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대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다. 과거사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혹은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차관의 금품 및 향응 수수 금액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공소시효가 10년인 데다 뇌물수수 혐의는 포괄일죄로 보는 경향이 있어 마지막 수수 시점이 2012년이라면 사법처리가 가능할 수 있다.


수수금액이 3000만원 미만이더라도 일반뇌물죄의 공소시효가 7년인 만큼 마지막 수수 시기에 따라 공소시효가 남아있을 수도 있다.

기존에 논의되던 특수강간 혐의는 일단 이번 재수사 권고 대상에선 빠졌다. 특수강간 혐의는 2013년 경찰 수사 당시부터 김 전 차관에게 적용해 수사를 실시해 검찰에 송치한 죄목이다.

하지만 2013년과 2014년 검찰이 두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법원에서도 재정 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에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수사에 착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3년 경찰 수사 당시 청와대의 조직적 수사 방해 및 개입 의혹이 있었는지 여부도 수사 대상에 오른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공소시효가 7년이다.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이 2018년 대전고검장에서 법무부 차관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곽 전 수석과 이 전 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김 전 차관 범죄 혐의를 내사하던 경찰을 질책하거나 경찰청 수사지휘라인을 부당하게 인사조치하는 방법으로 수사를 방해하거나 사건실체를 왜곡하게 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에 대한 감정을 진행하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청와대 행정관을 보내 동영상을 보여달라고 하거나 감정결과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등 방법으로 수사에 개입한 혐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내사 단계였던 2013년 3월 초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직접 경찰청을 찾아 청와대 의중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같은 달 13일 대전고검장이던 김 전 차관을 법무부 차관으로 지명했고 이틀 뒤인 15일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했다. 이후 인사에서 수사기획관 등 당시 경찰수사라인이 전면교체됐다고 한다.

경찰 수사단계에서 검찰은 체포영장과 통신조회, 압수수색, 출국금지 등 경찰의 영장 신청을 '보강수사'를 이유로 10차례 기각했다.

또 경찰에서 사건이 송치된 뒤 검찰이 김 전 차관을 비공개로 한차례 소환한 것도 부실수사 혹은 외압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문도 대부분 피해자들의 진술을 탄핵하는 데 집중돼 있어 검찰에 혐의 입증 의지가 있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과거사위는 곽 전 수석과 이 전 비서관만 지정했지만 검찰의 수사 경과에 따라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현 자유한국당 대표)을 비롯해 청와대 고위급 인사들로 수사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 전현직 고위 검사들이 연루돼 있는 만큼 특임검사를 통해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임검사는 검사의 범죄 혐의 수사를 위해 검찰총장이 임명하며, 수사기간 동안 검찰총장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수사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

정치권에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같은 당 의원을 포함한 전(前) 정권 차원에서 수사 무마를 시도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특별검사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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