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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입을 닫고 22년간 차를 타지 않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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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 2019.04.2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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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 내 영혼의 문장들 –27 / 침묵은 신이 말하는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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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의 스물일곱 번째 생일이다.
오늘을 기념하기 위하여 하루 내내 침묵을 지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존 프란시스. 말없이 지구별을 걷는 사람이다. ‘프래닛워커(planetwalker)’다. 그가 스물일곱 살 생일에 침묵을 결심한다. 그 하루의 침묵이 마흔넷이 될 때까지 17년을 간다. 침묵의 서약에 몇 달 앞서 그는 걷기 맹세를 한다.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엔진으로 움직이는 일체의 운송수단을 타지 않기로 한다. 이 맹세는 마흔여덟이 될 때까지 22년을 간다.

이 모든 일은 하나의 사건에서 비롯됐다. 1971년 1월17일, 안개 낀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밑에서 유조선 두 척이 충돌한다. 부딪친 배에서 새어나온 50만 갤런의 원유에 해안과 강기슭이 온통 기름범벅이 된다. 2007년 12월 우리의 태안 앞바다가 그랬듯이. 존은 이 환경재앙에 책임을 느낀다. 그 또한 자동차를 타고 기름을 쓰는 한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그는 차를 타지 않기로 한다. 어디든 걸어 다니기로 한다. 그러자 “너 혼자 걷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며 여기저기서 따진다. 그는 고단한 입씨름을 끝내기 위해 입을 닫기로 한다. 그와 함께 그의 삶이 달라진다. 기나긴 침묵 속의 순례가 된다.

“걷기와 침묵은 나를 구원해 주었다. 걷기와 침묵은 속도를 늦추어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고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바라보고 나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기회를 준다. 내가 발견한 바에 의하면 침묵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침묵은 단순히 내가 입을 다물 때 생기는 말의 부재가 아니다. 침묵은 총체적이면서 독립적인 현상으로, 외적인 요소 없이 그 자체로 존재한다. 나는 침묵 속에서 나 자신을 재발견한다.”

입을 다문다고 다 침묵은 아니다. 머릿속을 떠도는 말과 마음속을 헤집는 생각까지 멈춰야 침묵이다. 내면의 소요와 소음을 잠재워야 침묵이다. 이때 비로소 침묵은 그 자체로 존재한다. 우레와 같은 침묵으로, 맑은 호수와 같은 고요로 자리한다. 존의 침묵도 처음에는 침묵이 아니었다. 머릿속은 오히려 더 시끄러웠다.

“여전히 침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머릿속에는 온갖 잡생각과 대화와 논쟁이 끈덕지게 남아 말로 표현해 달라고 떼를 쓴다. 말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내 안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급기야는 내가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워진다.”

곤경에 몰린 그가 타협책을 낸다. 일단 내년 생일까지 침묵하고 그 다음은 그 때 생각하기로 한다. 이렇게 한 해를 넘긴 것이 자꾸 연장되고 연장된다. 그러면서 그의 침묵도 깊어진다.

나 또한 침묵이 필요하다. 말이 넘치는 시대! 내 안에도 내 밖에도 온통 말 말 말! 그러니 나에게도 하루의 침묵을 선물하면 어떨까? 오늘을 기념하기 위하여 하루 내내 침묵을 지키면 어떨까? 틱낫한 스님은 “진정한 침묵은 치유를 일으키는 그날의 음식이 된다”고 한다. “생각이 사라질 정도로 온전히 침묵할 수 있다면 그 고요함 속에서 기적처럼 맑아지고 자유로워진다”고 한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침묵입니다.
삶의 경이로운 소리를 듣기 위해 마음의 소음을 멈추세요.
그러면 진실로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에크하르트 톨레는 말한다. “침묵은 신이 말하는 언어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은 나쁜 번역이다.” 소로는 말한다. “신과의 만남이 침묵 속에서 이루어지는 이유는 인간의 언어가 불완전하고 진리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오쇼는 말한다. “기도의 끝은 침묵이다. 언어마저 사라진 고요한 기도. 사념은 그곳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에고는 녹아서 사라진다.”

그렇다! 신에 가장 가까운 언어는 침묵이다. 그 다음은 시와 노래다. 그 다음은 너무 멀다. 그렇다! 기도의 끝은 침묵이다. 기도로 신을 부르지만 신을 만나면 침묵한다. 기적처럼 맑아지고 자유로워지는 침묵, 삶의 경이로운 소리를 듣는 침묵, 나를 넘어 신을 만나는 침묵. 나는 이런 침묵을 아나? 알고 싶으면 침묵할 것. 침묵을 말하지 말고 침묵을 맛볼 것. 나에게 침묵을 선물하고 마음의 소음을 멈출 것. 고요하고 고요하고 고요할 것.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9년 4월 24일 (07:46)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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