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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먹힐까?’, 스낵컬처 시대의 한식

  • 서지연(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19.05.2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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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현지에서 먹힐까? 미국편’은 미국 서부 지역에서 이연복 셰프를 필두로 한 연예인들의 푸드 트럭 도전기를 다룬다. 1화에서 제작진은 아시아 국가인 태국과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진출한 이번 시즌을 ‘확장판’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배경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과 문화, 음식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이는 “궁금하기는 해. 미국사람들이 짜장면 먹는 걸 못 봤어”라는 이연복 셰프의 발언과 함께 푸드 트럭이 미국으로 향한 이유기도 하다. 푸드 트럭은 지난 시즌보다 훨씬 커졌고, 그 꼭대기에는 ‘코리안 소울 푸드’라는 거대한 간판이 달렸다. 이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연복 셰프가 한국을 대표하는 중식 셰프 중 한명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만드는 중식을 한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근본적인 의문에 대해 제작진과 출연진은 ‘현지반점’의 시작이었던 지난 시즌부터 열심히 설명해왔다.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에서 제작진은 한국식 짜장면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작장면과 그것이 한국으로 전파된 과정을 설명했고, 현재 이 두 음식이 명확히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짜장면을 비롯해 이연복 셰프가 선보인 다양한 ‘한국식 중식’을 접한 중국인들은 대부분 처음 보는 음식의 맛과 모양을 신기하게 여겼다. 다시 말해,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은 한식의 범위를 보다 넓고 새롭게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이에 대해 이우형 PD는 ‘역수출’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또한 한국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온 중식 셰프가 중국 현지에서 자신의 중식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는 것은 누구나 납득할 만큼 직관적인 콘셉트이기도 했다. 이처럼 이연복 셰프라는 개인에 집중한 시즌 2에 비해, 시즌 3는 한식에 보다 집중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의미를 확장한다. 중식에 기반을 둔 메뉴만을 선보였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에서 한식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필연적이다. 이연복 셰프는 깐풍기 소스를 접목한 한국식 치킨을 만들었고 에릭은 설탕을 뿌린 바삭한 한국식 핫도그를 성공시키는가하면, 김치볶음밥이 메뉴에 오르기도 했다. ‘코리안 소울 푸드’라는 커다란 간판보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오히려 트럭 뒤편에 나란히 자리한 양국의 국기다. 작장면이 짜장면이 되고, 콘도그가 핫도그가 되는 것처럼 음식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가 결합한다. 그리고 익숙하고도 낯선 퓨전 음식을 진짜 한식과 함께 소개한다. 이는 정형화된 한식이라는 틀 안에서는 좀처럼 발견할 수 없던, 현지화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이다.

시즌 1에서 홍석천의 태국 음식을 맛본 태국인들은 그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현지 음식과 비교해 평가를 내렸다. 홍석천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태국 요리 셰프’로 소개되었으며, ‘태국 사람이 만든 것 같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반면 시즌 2에서는 중국에서 전파되기는 했지만 이제는 다른 음식이 된 짜장면에 집중하며 한식에 대한 정의를 확장했고, 시즌 3에서는 아예 전 세계의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에서 여러 나라의 식문화가 뒤섞인 한식을 선보인다. 이처럼 같은 음식이 여러 문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한국인들의 관점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차이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한국에서 탕수육은 제법 격식 있는 ‘요리’에 속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를 프렌치프라이처럼 손가락으로 집어 먹는다. 중국에서는 참패한 매운 짬뽕이, 의외로 미국에서 우호적인 반응을 얻기도 한다. 이는 한식이 다른 나라에서 성공하는데 필요한 것이 단지 맛뿐만이 아니라 그 음식을 둘러싼 복잡하고 문화적인 요소임을 보여준다.

최근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화에 성공한 한식은 냉동만두이며, 공교롭게도 그 주인공은 tvN과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CJ제일제당의 ‘비비고’다. ‘현지에서 먹힐까? 미국편’ 2화에서 제작진은 만두를 ‘K 푸드의 대표주자’라고 소개했으며 피가 두꺼워 식사대용으로 먹는 중국 냉동만두와 달리 피가 얇은 한국 냉동만두는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고, 활용도가 높아 인기라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 한식세계화의 과정에서 김치, 비빔밥, 불고기 등 다소 무거운 음식이 주를 이루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맥락이다. 또한 음식 외에도 한국의 문화를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미국인들의 모습은 또 다른 가능성을 시사한다. 푸드 트럭을 찾은 손님들은 한국식 퓨전 음식을 먹으며, 한국식 스파 경험담을 털어놓거나 한국계 배우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한국의 인터넷 문화에 친숙한 젊은 세대들은 한국의 프로 게임 리그를 동경하기도 하고, ‘먹방’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거기 등장한 아이템을 알아본다. 한국의 스낵컬처와 함께 보다 가볍고 유연해진 한식이 퍼져나갈 새로운 창구가 열린 것이다.

다만 ‘현지에서 먹힐까?’가 보여준 한식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과는 별개로, 이를 방송에서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한국식 퓨전 음식을 처음 접한 외국인들의 깜짝 놀라는 반응과 아낌없는 칭찬은 유튜브에 넘쳐나는 외국인들의 리액션 비디오를 떠올리게 하며 거듭될수록 지루함만을 남긴다. 최근 종영한 tvN ‘미쓰코리아’, ‘스페인하숙’, Olive ‘국경없는 포차’ 등 외국을 배경으로 한식을 선보이는 CJ ENM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연달아 방송되며 각각이 지닌 나름의 관점보다는 기시감과 피로감을 유발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다. ‘현지에서 먹힐까? 미국편’ 1화에서 제작진은 ‘두유 노 짜장면?’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저 인터넷 밈을 활용한 장난스러운 자막이었지만, 이 질문이 어떻게 ‘국뽕’으로 수렴되고 웃음거리가 되었는지 새겨볼 때다. 한식뿐 아니라, 이를 다루는 방송 또한 스낵컬쳐의 시대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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