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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속된 섹스로 자기 쾌감 미루는 여성들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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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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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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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페미니즘 테마소설 ‘새벽의 방문자들’ 낸 작가 6인…“보이는 자에서 보는 자로 주체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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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테마소설 '새벽의 방문자들'에 참여한 작가들. 왼쪽부터 하유지, 김현, 김현진 작가. /사진제공=다산책방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는 때론 불편하지만, 거역하기 힘든 이슈다. 문학이 계속 이 이슈에 문을 두드리는 데는 그만큼 삐뚤어진 균형추를 바로잡으려는 정의와 평등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남 오빠에게’로 불을 지핀 페미니즘 소설은 이제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그만큼 여성의 이야기는 더 이상 영화 속 줄거리를 위한 소품이 아닌 현실이고 남성 권력의 지배성에 대한 작은 봉기이자 평등을 향한 줄기찬 외침이다.

페미니즘 테마소설 ‘새벽의 방문자들’ 속 6편의 이야기는 아직도 꺼지지 않은 불편하고 부당하고 억눌린 여성 이야기가 실렸다. 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 참가한 작가들은 “현남 오빠에게‘ 이후 여성들의 갈 길은 아직 멀다는 걸 느꼈다”며 “문학은 여전히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 작가 중 유일하게 남성인 김현(시인) 작가는 “어디서 누군가에 의해 여성 이야기는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며 “그 운동성이 형식적으로 다를지언정, 이를 문학적으로 호명하거나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장류진·하유지·정지향 작가. /사진제공=다산책방<br />
왼쪽부터 장류진·하유지·정지향 작가. /사진제공=다산책방

‘현남…’보다 더 젊은 20, 30대 작가들이 주축이 돼 실린 작품들은 소설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우리 이웃이나 가족에게 일어났을 법한 실체적 이야기가 담겼다.

단순히 선악 구도로 ‘편’을 가르지 않고 사건 발생 이후의 혼란과 심리적 갈등, 주체와 객체를 분별하기 어려운 희미한 회색 지대를 탐구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불분명한 사건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운 사건들에 ‘그녀’들이 있다.

하유지 작가는 “페미니즘이 어떤 운동이나 주의라기보다 일상에서 바라보는 관점이나 태도라고 생각한다”며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보면 수년이 지나도 그 상황은 ‘이해 가능’한 보편적 이야기로 수렴될 수 있다”고 했다.

작품들은 직간접 경험이 누적된 결과물이다. 눈먼 섹스를 하기 위해 찾아온 남자들의 얼굴을 캡처하는 여자(장류진 ‘새벽의 방문자들’), 무례하고 어린 남자 상사에게 한 방 먹이고 자발적으로 공장을 그만두는 ‘나’(하유지 ‘룰루와 랄라’), 어른들의 세계에서 어떤 배려도 받지 못한 채 연애라는 이름으로 섹스를 받아들여야만 했던 미성년(정지향 ‘베이비 그루피’),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느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상실한 애인과 친구를 떠나는 보라(박민정 ‘예의바른 악당’), 선생들의 추행을 고발하기 위해 학교 복도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유미(김현 ‘유미의 기분’), 결혼을 꿈꾸며 함께 저축한 데이트 통장을 전 남친에게 털리고 멘탈도 함께 털린 ‘나’ 등이 주요 등장인물.

왼쪽부터 박민정·김현·김현진 작가. /사진제공=다산책방
왼쪽부터 박민정·김현·김현진 작가. /사진제공=다산책방

우리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여전히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머물러 있는 이들의 아프고 혼란스러운 ‘현재’를 면밀하게 다룬다.

‘새벽의 방문자들’과 ‘누구세요?’에선 섹슈얼리티가 ‘보는 자’의 성적 판타지를 소비하는 행위로 재현된다. ‘보이는 자’로 느낀 공포감에서 벗어나 ‘보는 자’가 되기를 이행하는 주체로서의 접근에 대한 고민과 통찰이 엿보인다.

‘유미의 기분’에선 인간의 본질적인 ‘자격’ 문제를 화두로 내세운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른 뒤 상처 치유를 사과하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과할 ‘자격’이 있는지에서 찾는 대목이 그렇다.

김현 작가는 “가해자가 무조건 사과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묻는다는 점에서 파격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사과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피해자의 숨겨진 심리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설 중 야설을 앞세워 가장 급진적 스토리를 전개하는 작품은 ‘누구세요?’다. 남자 친구와 결별한 주인공이 어느 날 덜컥 옆집 총각 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상황은 ‘여성 주체’의 확실한 증거다.

김현(가운데) 작가는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페미니즘 테마소설 '새벽의 방문자들' 출간 간담회에서 "페미니즘 운동성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문학이 이 문제를 호명하거나 표현해야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다산책방
김현(가운데) 작가는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페미니즘 테마소설 '새벽의 방문자들' 출간 간담회에서 "페미니즘 운동성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문학이 이 문제를 호명하거나 표현해야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다산책방

작가는 “남성 중심의 쾌락으로 돌아가는 섹스에 쾌감을 발견하는 여성이 있을까”라고 반문한 뒤 “종속된 섹스로 자기 쾌감을 미루는 여성들의 ‘반격’을 다루고 싶었다. 남자가 하는 짓을 여성도 똑같이 하는 것에 대한 저질스러움에 2030 출판 편집자들이 거부감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결국 이 소설집 한 켠을 채웠다”고 웃었다.

장은영 문학평론가는 이들 작품에 대해 “그녀들의 이야기는 침묵하기를 사양하며 삼킬 수 없는 말과 기억들을 게워내기 위한 ‘다시 쓰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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