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시재생 발목 잡나?

가로주택정비사업 개념도/사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 방안 보고서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도시재생사업에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기존 저층 주거지의 도시조직 및 가로망은 그래도 유지하고, 노후 불량 주거지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을 말한다.


해당 정비사업 사업자들은 수익성을 올려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조합원 외 일반 분양 물량을 마련하는데, 해당 물량이 30가구 이상이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없다. 이 경우 사업성이 나빠져 사업 진행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민간 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위해 대책 마련을 준비하고 조만간 발표한다.

앞으로 민간 택지에서 분양하는 모든 주택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최소 20~30% 낮게 책정되고, 새로 짓는 주택의 일정 수 이상을 일반에 분양할 경우 해당 규제가 적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 제도상 일반인에게 30가구 이상을 분양하는 경우는 대부분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 주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분양 물량이 30가구 미만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이라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다수가 30가구 이상이다.

1호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2017년 12월 준공된 서울 강동구 천호동 ‘다성이즈빌’도 96가구 중 30가구가 일반에 분양됐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통상 새로 짓는 전체 가구 수의 3분의 1 정도를 일반에 분양한다. 전체 가구수가 100가구만 돼도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없다.

정비업계에선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무산될 것으로 우려한다. 주택법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한 것은 단 세 가지뿐이다. △도시형생활주택 △경제자유구역에 건설·공급하는 공동주택 △관광특구에 건설·공급하는 공동주택으로 50층 이상이거나 150m 이상인 경우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도시재생 전문가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현재 가로주택정비사업도 사업성이 높지 않은 상태인데 분양가 상한제마저 도입되면 주민 분담금이 높아져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며 “벌써부터 문의 전화가 밀려드는 등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재생사업 활성화를 위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예외로 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노후지역 주민들을 위해 도시재생 중심축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민간 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더라도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제외해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