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무기화' 신호에… 美 환경규제 푼다

중국 내몽골 지역의 바얀 오보 희토류 광산. /사진=로이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멸종위기종 보호법을 개정해 환경 개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 카드를 꺼내자 미국 내 희토류를 채굴하기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인 멸종위기종 보호법에 손을 댄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베른하르트 미 내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멸종위기종 보호법이 적용되는 방식을 전면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멸종위기종 보호법은 1973년 리처드 닉슨 정부가 공표한 것으로, 멸종위기 동물의 서식지 개발 규제를 통해 약 1600여종을 보호해왔다.


개정안에서는 멸종위기종을 지정할 때 과학적인 근거 외에도 경제적 영향도 고려하게 했다. 이에 따라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개발하기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NYT는 "개정안이 그동안 보호종이 살던 지역에서도 광업, 석유 시추 작업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면서 "멸종위기종 제외가 쉬워지고,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개정안은 중국이 희토류를 자원 무기화 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중국희토류산업협회는 지난 7일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 산업 지배력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무기로 사용할 준비가 됐다"면서 "중국 정부가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무기로 쓴다면 적극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나 배터리, 반도체 등에 쓰이는 핵심 재료로, 미국이 수입하는 희토류의 80%가 중국산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길어지면서 국내 희토류 채굴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지난 6월 4일 상무부는 희토류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 핵심 자원의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전례 없던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정부는 국내 희토류 자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채굴권을 신속히 승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당시 베른하르트 장관도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에 중요한 천연 자원들이 다른 국가에 의해 볼모로 잡히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면서 "국내 희토류 자원 탐색에 필요한 허가를 빠르게 내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1960~80년대까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었다. 그러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오염과 그 처리비용 때문에 이후 해외 수입에 의존해왔다. 미국이 보유한 희토류 매장량은 140만톤으로, 미국은 지금도 희토류를 생산하지만 이를 전담하는 기업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미국 내 정제 시설이 없어 캘리포니아에서 채굴한 희토류를 중국에 보내고 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개발 규제를 완화하면서 희토류 채굴에 본격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개정안은 (자연) 보호·회복 목표를 유지하되 규제로 인한 부담을 덜어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권과 환경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멸종위기종 보호법은 우리의 가장 취약한 야생동물을 보호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다 저버리려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