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적자 각오한 보험사…'풍전등화' 참담한 성적표

상반기 보험업계는 예상대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악화로 연초 약 2조5000억원의 적자를 각오했던 손해보험사들은 우려했던 것보다 실적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이 나온다. 저금리 여파로 성장이 둔화된 생명보험사들은 자산운용 성패에 따라 희비가 교차했다.

◇적자 각오했지만…'가시밭길' 손보사=1분기 실적발표부터 예견됐던 대로 손보사들의 실적 하락이 두드러졌다.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탓이 크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에 원가상승 요인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데다 보험금 지급도 늘어나면서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다. 실손보험도 의료이용량이 증가하면서 적자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빅3' 모두 당기순이익이 30% 이상 급감했다. 한때 순이익 '1조 클럽'을 노리던 삼성화재 (311,500원 ▲12,000 +4.01%)는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0% 떨어진 4261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삼성전자 주식 매각 이익에 따른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당기순이익은 22.3% 감소한 수준이다.

2위권인 현대해상 (31,600원 ▲600 +1.94%)과 DB손해보험 (99,900원 ▲4,000 +4.17%)도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각각 1639억원, 206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6.1%, 31.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형사는 타격이 더 컸다. 한화손해보험 (4,995원 ▲80 +1.63%)은 상반기 당기순이익 141억원으로 전격 같은 기간에 비해 82.8% 급감했다.

반면 자동차보험 판매 비중을 3%대까지 낮춘 메리츠화재 (51,600원 ▼2,700 -4.97%)는 상반기 당기순이익으로 1361억원을 기록, 전년 같은 기간보다 소폭(3.1%) 상승했다.


◇체질개선 했지만…'안갯길' 생보사=생보사들도 저금리 장기화 등 시장환경이 악화되면서 고전했다. 금융시장이 급변하면서 특히 자산운용 성패에 따라 희비가 교차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 (88,800원 ▲2,400 +2.78%)은 주력 상품을 저축성에서 보장성으로 바꾸는 체질개선 효과가 나타나면서 비교적 선방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 7566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4459억원)대비 6893억원 줄었지만, 지난해에 반영된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사실상 9%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에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7515억원)이 포함됐다.

FI(재무적투자자)들과의 소송으로 어수선한 교보생명은 실적 면에선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 상반기 당기순이익 4455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1%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8조1841억원, 6469억원으로 각각 약 6%, 11% 가량 신장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료 수익이 늘었고 자산운용 부문에서 채권매각 이익이 증가한 덕"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화생명 (2,915원 ▲5 +0.17%)은 자산운용 수익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3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6.82% 떨어져 439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금융시장이 출렁대면서 자산운용 수익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부진으로 손상차손 등의 부담이 컸다"고 설명했다. 손상차손이란 자산의 미래 가치가 장부가격보다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으면 이를 재무제표상 손실로 반영하는 것이다.

오렌지라이프 (27,500원 ▲300 +1.1%)도 상반기에 당기순이익 1472억원으로 전년동기(1836억) 대비 19.9% 감소했다. 외화자산 헷지(위험회피) 비용 증가로 고전 중인 NH농협생명도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2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75.8%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