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망 상호정산 폐지=글로벌 CP 망비용 회피 꼼수"

/사진제공=머니투데이 자료화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페이스북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재판부가 페북 손을 들어준 이후 콘텐츠 기업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국내 인터넷 상호접속 제도가 콘텐츠(CP)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망 사용료를 부추긴다며 전면 개정을 요구했다. 당사자인 페이스북도 별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상호접속 고시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통신업계는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일부 글로벌 CP들의 ‘망 비용 회피’”라고 반박했다. 핵심 쟁점별로 현안을 짚어봤다.

◇韓 ‘상호접속고시’가 망 비용 부추긴다?=페북과 콘텐츠 기업들은 페북 소송으로 논란이 된 ‘망 비용’ 문제의 본질을 상호접속고시(상호정산)와 과다한 망 비용이라고 못 박고 있다.


상호정산이란 통신사끼리 서로 망을 이용할 때 트래픽 보낸 양에 비례해 정산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가 서로 비용을 정산하지 않은 무정산 원칙을 깨고 2016년 상호정산 제도를 도입하는 바람에 망 비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통신업계는 반박한다. 정부의 요구에 따라 트래픽 폭증 추세에도 회선당 망 비용 단가는 지속적으로 축소됐다는 주장이다. 실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28일 참고자료를 통해 일부 CP 망 대가가 포함된 인터넷 전용회선 시장 규모가 2015년 4563억원에서 2017년 4065억원으로 줄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KTOA는 “국내외 CP들이 부담하고 있는 망 비용 규모를 공개해 소모적인 논쟁을 종결하자”고도 제안했다.

콘텐츠 업계는 무정산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동영상 트래픽이 크게 늘면서 해외에서도 무정산에서 정산 방식으로 전환되는 추세라는 게 통신업계의 반박이다. 프랑스 통신규제기관인 ARCEP에 따르면 프랑스 내 데이터 트래픽 중 대가 정산 트래픽이 77%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글 페북 미·유럽선 망 비용 지급…韓만 호갱?= 구글, 넷플릭스, 페북 등 글로벌 CP들은 유독 한국만 과도한 망 사용료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따진다.

과연 사실일까. 구글과 페북, 마이크로소프트(MS), 넷플릭스 등은 미국 시장에선 대부분의 주요 통신사들과 직접 접속 계약을 체결해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망 이용료를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구글은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와 협상 끝에 프랑스 현지에 서버를 두고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기로 계약했고, 독일 도이치텔레콤과 비공식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내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국내시장에선 어떨까. 구글의 경우 통신 3사가 캐시서버(임시데이터저장서버)를 두고 있지만 사실상 망 이용료는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여기엔 국내 통신사들의 잘못도 크다. 유튜브가 킬러 콘텐츠로 대두되면서 경쟁적으로 캐시서버 설치 경쟁을 벌였다. 페북이 망 이용료 협상에 소극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KT에만 캐시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운영해왔던 페이스북은 논란이 제기된 이후에야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료 계약을 맺었다.

◇ 글로벌 CP 망사용료 안 받으면 韓 혁신 경쟁력 높아질까= 네이버, 카카오 등 그동안 해외 사업자와의 동등 규제를 요구해왔던 국내 기업들이 페이스북 행정소송 직후 이 사안에 대해선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과 연대하는 분위기다.

고화질 동영상 트래픽 수요 확대와 맞물려 결국 국내 CP들의 망 이용료 부담도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외 CP들의 연대에는 이번 소송 판결을 망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도 담겼다. 국내 스타트업들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들의 우려는 분명 일리 있다. 지속적인 사업자간 논의 속에 적정 산정 대가와 스타트업 육성 지원방안 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우선적으로 해외 CP들이 망 비용을 내지 않는 현재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내 CP들의 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동영상 앱 이용자들이 유튜브를 317억분 사용한 반면, 네이버 사용시간은 126억분에 불과하다. 네이버가 내는 망 이용료는 연간 700억원 수준. 반면 유튜브는 사실상 공짜로 망을 사용한다. 이같은 역차별이 지속될 경우 동영상 플랫폼 쏠림은 오히려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P들의 트래픽 유발량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이들에게 적절한 비용을 부담시키는 대신 상호정산 폐지를 요구하는 건 자신들의 최대 경쟁사업자이자 시장 포식자를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