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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윤석열의 취모검(吹毛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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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면 본지 대표
  • 2019.09.16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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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불교의 진수이자 최고의 선문학으로 평가받는 ‘벽암록’ 마지막 장에는 ‘취모검’(吹毛劍)이 등장한다. 취모검이란 털 한 오라기를 칼날에 올려놓고 불면 그대로 두 동강 날 만큼 아주 예리한 명검을 말한다.
 
“취모의 검이여 어지러움을 평정하고 세상 불평 다스리라./ 빼어난 솜씨는 오히려 서툰 법./ 손바닥 손끝으로 휘두르는 그 검./ 하늘에 번뜩이며 하얀 눈 위를 비치네./ 어느 누가 그 검 갈고 닦을 수 있으랴./ 아 산호인 양 달빛은 밝고 눈부셔라.”
 
조 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뭇사람의 예상을 깨고 등장한 윤석열 총장의 대한민국 검찰을 보면서 ‘조국의 시간’과 ‘문재인 대통령의 시간’을 넘어 가장 오래 지속될 ‘윤석열의 시간’을 지켜봐야 하는 현실 앞에서 ‘벽암록’의 취모검을 소환한다.
 
취모의 검은 가까이 접근만 해도 목이 날아가 버리고 마는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는 칼이다. 이미 고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 3명이 그 칼에 당하고 말았다.
 
전직 대통령을 3명씩이나 베어버렸는데 법무장관 하나쯤은 식은 죽 먹기다. 법무장관 조 국의 운명은 전적으로 해임 건의안이나 국정조사 등을 추진하겠다는 자유한국당 등 여의도 정치권이 아니라 윤석열의 서초동 검찰 손에 달렸다.
 
더욱이 검찰발 태풍은 조 국 장관 등 여권만 아니라 한국당 등 야당도 덮칠 기세다.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관련 국회 폭력 고소·고발사건이 검찰에 송치됐기 때문이다. 이제 검찰은 야당의원 수십 명을 한칼에 날려버릴 수도 있다. 검찰은 무소불위다. 정권은 유한하고 검찰은 영원하다.
 
취모의 검은 어지러움을 평정하고 세상 불평을 다스리는 칼이다. 청와대나 여당은 조 국 장관 주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검찰 개혁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반발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조 국 장관 주변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은 국가에 대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다간 문재인정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윤석열 총장이 “나는 정치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다. 중립성을 지키면서 본분에 맞는 일만 하면 된다”고 말한 것은 그의 진심이다.
 
빼어난 솜씨는 오히려 서툰 법이다. ‘노자’에서 말하듯 모자라야 크게 이루고, 굽어야 곧을 수 있다. 충정과 중립성만으로 모든 게 양해되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권력형 비리도 아닌데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대대적 압수수색을 한 것은 아무리 봐도 검찰권 남용이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썼다. 앞으로 있을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에서도 ‘야당 궤멸론’ 수준까지 갈까 걱정이다.
 
취모의 검을 어느 누가 갈고 닦으랴. 아무리 솜씨가 뛰어난 장인이라도 취모의 검을 닦지는 못한다. 심지어 부처도 달마도 어찌할 수 없다. 칼을 갈고 닦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다. 검찰 개혁은 누가 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할까, 아니면 조 국 장관이 할까.
 
조 국 장관 주변에 대한 압수수색과 그의 부인에 대한 기소, 야당 의원들에 대한 패스트트랙 검찰 송치 등을 보면서 문재인정부에서도 검찰 개혁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그러나 검찰은 혹시라도 개혁이 물거품되는 데 환호해선 안 된다. 검경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 관련 법안들의 처리는 국회가 11월 말까지 결론을 내겠지만 이것과는 무관하게 검찰 스스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칼에는 눈이 없다. 취모의 검이 검찰 스스로를 베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많은 사람이 조 국 장관 임명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만큼이나 검찰 개혁에는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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