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해빙모드'?…첫 가늠자는 내년 예산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br>금융위원장이 취임후 금감원을 직접 찾는 것은 2015년 3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진웅섭 금감원장을 만난후 4년만이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지난 19일 회동소식에 자본시장에서는 모처럼 해빙기가 돌아온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 위원장은 금감원을 '공식' 방문해 윤 원장과 25분가량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양 수장들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협의'와 '소통'을 강조하며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회복 의지를 다졌다. 전반적인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 양 기관은 갈등의 골이 깊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취임부터 2년이 넘는 임기 내내 금감원과 갈등을 빚었다. 키코 사태, 종합검사 부활 등 사안별로 각을 세우면서다.


갈등은 금감원 산하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출범과정에서 정점을 찍었다. 금감원은 특사경 출범 직전인 지난 5월 원내 홈페이지에 '특사경 집무규칙 사전 예고안'을 게시했지만 금융위가 사전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강력 반발했다. 결국 한 달이 지난 6월에 '특사경 집무규칙 수정안'을 다시 올리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위는 특사경의 인지수사권한을 삭제하고 수사개시도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는 사건으로 한정하는 등 규제수준을 높였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특사경이 지난 18일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를 압수수색하면서 1호 사건 수사를 개시했다. 업계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이 사전에 입수한 주식정보를 이용해 차액을 취득하는 '선행매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금융감독원 산하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의 선행매매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선행매매는 금융투자업에 종사하는 임직원이 주식 및 펀드거래에 대한 정보를 미리 입수해 거래 전 개인적으로 매매하는 행위로 자본시장법상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 7월 출범한 금감원 특사경의 첫 수사다. 2019.09.18. [email protected]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금융위 내 조직인 자본시장조사단도 조사할 수 없냐는 질문에 "형벌대상으로 수사를 해야한다고 판단하면 특사경이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도 지속적으로 자본시장 조사절차에 따라서 별도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특사경 출범 전부터 금융위는 조사와 수사 간 정보차단장치를 설치하는 등 엄격한 분리를 강조해왔다. 이번 1호 사건에 대해서도 특사경은 검찰의 지휘 아래에서만 조용히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관망하는 모습이다.

두 기관 간 실질적인 관계개선 여부는 특사경을 포함한 내년도 금감원 예산증감을 통해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금융위는 금감원의 올해 예산을 전년에 비해 70억원(2%) 줄어든 3556억원으로 확정했다. 2017년에 이어 2년 연속 삭감이었다. 금융위는 앞선 감사원이 지적한 금감원의 방만 경영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지정 논의 등을 이유로 금감원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위와 사안마다 입장 차를 보여 온 금감원에 대한 '길들이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감원은 올해 야심 차게 출범한 특수사법경찰(특사경) 예산으로 6억4000만원을 요구했지만, 실제 금융위가 편성한 예산은 3억9450만원이었다. 특사경은 지난달 자체 디지털 포렌식센터 구축을 위해 2억2000만원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보안업체 대표는 특사경의 '사업요청서'를 살펴보고는 "예산에 맞게 딱 기본적인 것들만 구비한 수준"이라며 "특별한 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융범죄기술은 날로 첨단화·지능화되는데, 가장 기초적인 설비로 대응하는 셈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국회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예산협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