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장 "DLF 분쟁조정 협조"...피해 구제 의지

손태승 우리은행장/사진제공=우리은행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해외금리 연계형 DLF(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에 대해 “고객 보호를 위해 분쟁조정 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고객들의 피해 구제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DLF 사태에 대한 손 행장의 공식 입장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손 행장은 이날 오전 전국 영업본부장을 소집한 자리에서 DLF 손실과 관련해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계실 고객님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한다”며 “앞으로 전개될 분쟁조정 절차에서 고객보호를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DLF 투자로 손실을 본 소비자들의 분쟁조정 신청을 받아 현장 조사 등을 진행했으며 이르면 다음 달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 예정이다. 분조위 권고안을 양측이 수용하면 손해배상이 이뤄진다.

‘분쟁조정 절차에 협조하겠다’는 손 행장의 언급 역시 분조위 결과 ‘불완전 판매’ 등 은행의 과실이 드러날 경우 이를 바탕으로 피해 고객에 대한 배상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법령 등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다각도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손 행장은 “신뢰라는 것은 유리와 같아 한번 금이 가면 회복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며 “고객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진심으로 대해 소홀함이 없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DLF 사태로 WM(자산관리) 부문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된 만큼 이를 조기 수습하기 위한 영업 현장의 노력을 당부한 대목이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WM 부문의 시스템 개선 방침도 마련했다. 우선 고객서비스 만족도, 고객 수익률 개선도 등 지표를 강화하는 내용의 KPI(평가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기존 KPI가 고객보다는 은행의 이익 등에 높은 배점을 두면서 DLF 사태를 키웠다는 반성의 결과다.

또 고객의 투자상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상품 수익률이 위험구간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객이 전문가와의 직접 상담을 통해 투자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WM(자산관리) 그룹 내 ‘고객 케어(Care)’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고객 위험 관리를 위한 다중 방어 체계도 마련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출에서 부실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2~3중의 관리체계를 운영하는 것처럼, WM 분야도 고객의 투자 위험 관리 체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거보다 투자상품이 복잡해진 만큼 고객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손 행장은 회의에 참석한 영업본부장들과 함께 “우리은행은 이번 일을 교훈으로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문화를 혁신해 신뢰받는 금융기관으로 거듭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