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 가고 애프터눈티 왔다"…2030 여심 저격 나선 호텔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가 오는 11월까지 선보이는 '발롱드스윗' 애프터눈티 세트. /사진=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쌀쌀해진 10월 날씨에 따뜻한 차와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특급호텔들은 여름철 빙수에 이어 화려한 모양새와 맛을 앞세운 '가을철 애프터눈 티 세트'를 앞다퉈 선보이며 2030 여성들을 공략하고 나섰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0월 호텔 식음업장에서 애프터눈티 세트의 판매가 증가세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철에 선보인 애프터눈티 세트의 판매량이 2017년보다 35% 늘었다. 올해는 판매를 시작한 지 약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지난해 2달 동안의 총판매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도 9월부터 10월15일까지의 애프터눈티 세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했고, 롯데호텔 서울도 주중 20%, 주말 30% 판매량이 늘었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의 경우 지난달 호텔 41층 로비 라운지로 애프터눈티를 즐기기 위해 찾은 이용객이 전년 같은 달보다 무려 7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다른 서울 시내 주요 특급호텔에서도 애프터눈티 세트의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호캉스(호텔+바캉스)' 문화로 2030 젊은층에게 특급호텔의 문턱이 낮아지며 나타난 변화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젊은층에게 애프터눈티의 인기는 여름 빙수만큼이나 높다. 통상 3~10만원으로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호텔 특유의 분위기와 다채로운 디저트를 즐기는데 들이는 비용이 아깝지 않다는 이용객이 늘었다. 이른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트렌드와 맞물린 것이다.

'차(Tea)' 트렌드도 한 몫 했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건강과 독특한 맛을 즐기는 차 문화가 퍼지고 있는데, 날씨가 쌀쌀해지며 따뜻한 차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실제 주요 프랜차이즈 카페인 스타벅스가 차에 특화한 '티바나 바'를 운영하고 투썸플레이스가 싱가포르의 고급 차 브랜드 TWG를 판매하는 등 2030세대에게 커피의 대안으로 차가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애프터눈 티가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하다는 것이다. 보는 재미까지 있는 비주얼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즐기는 젊은 여성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해당 호텔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재료와 모양으로 만들어진 애프터눈티 세트를 찍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게재하는 재미가 여심을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호텔들도 제철 식재료와 독특한 콘셉트로 맛과 비주얼을 강화한 애프터눈티 세트를 내놓고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1층 로비 라운지에서 오는 11월까지 '발레리나'를 모티브로 무화과를 활용한 '발롱드스윗'을 선보인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라운지&바에서 초밥과 딤섬, 떡 등 동양식 디저트를 대나무 도시락에 담은 '오리엔탈 애프터눈 티세트'를 출시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과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는 사과와 배, 밤 등 가을 햇과일과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애프터눈 티세트를 판매 중이다. 롯데호텔 서울의 페닌슐라 라운지&바는 명품 브랜드 '지방시 뷰티'와 함께 신상 제품의 컬러를 재현한 디저트로 구성한 '2019 머스트 비 르 루즈'라는 독특한 애프터눈티 세트로 여성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여름철 호텔가를 뜨겁게 달궜던 빙수를 대신해 가을철 애프터눈티 세트가 새로운 효자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애프터눈티를 즐기는 고객들의 특성을 반영해 맛 뿐 아니라 화려한 모양까지 갖춘 상품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