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은 오르는데 오피스텔은 미분양 무덤, 왜?

오피스텔 사업장 상당수가 미분양에 허덕이면서 부동산 신탁사들의 자금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초저금리시대를 맞아 수익성 상품인 오피스텔 분양을 늘렸지만 대출규제 등으로 분양실적이 예측을 빗나가면서 신탁사들의 자금난이 우려되고 있다.

27일 금융결제원 청약시스템 아파트투유,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에서 오피스텔 청약을 받은 곳은 총 42곳이다. 이 중 신탁사들이 공급한 오피스텔은 28곳인데 전체 미분양 오피스텔 32곳 중 22곳이 신탁사들이 시행사로 진행한 사업장이다.


한국토지신탁 하나자산신탁 케이비부동산신탁 등 10개의 신탁사들이 오피스텔을 공급했는데 10개 신탁사 모두 서울 경기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완판에 실패했다.

이 중 지난 1월 하나자산신탁이 분양한 '청라 리베라움 더 레이크'(468실)는 9개월이 지난 현재도 수분양자를 찾고 있다. 지난 3월 분양에 들어간 한국토지신탁의 '인천역 코아루 센트럴시티'(547실)와 케이비자산신탁의 '대구신서 하우스디어반'(1046실) 또한 여전히 분양 중이다. 대구신서 하우스디어반 분양 관계자는 "현재 분양률이 30% 정도로 로열층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실제 신탁사들의 오피스텔 사업장이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청약시스템에는 300가구 이상의 중규모 이상 오피스텔만 청약 실적이 공개되고 이보다 작은 사업장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준공 후 미분양을 겪은 무궁화신탁이 개발신탁한 '평택 오딧세이 이글3차' 투시도/사진= 평택 오디세이 이글3차 분양 홈페이지

주택경기 악화로 투자자들의 무덤이 된 평택에서는 준공후에도 미분양된 ‘악성 미분양’ 오피스텔이 다수 있다. 무궁화신탁이 개발신탁한 '평택 오딧세이 이글3차'는 2017년 8월 분양 뒤 올 8월 입주했는데 112실이라는 비교적 적은 공급물량에도 분양홍보가 한창이다.

이처럼 오피스텔 미분양이 잇따른 것은 저금리 시대를 맞아 너도나도 오피스텔 공급에 나서면서 공급과잉이 빚어졌고 매매가 상승에 따른 수익률 감소, 공실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오피스텔 투자 매력도가 더욱 떨어졌다.

신탁사들의 경우 사업 전반을 책임지고 이끄는 차입형 토지신탁(개발신탁)이나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으로 사업을 진행한 곳이 많아 여파가 더 크다. 신탁사가 분양률과 상관없이 시공사에 건설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미분양으로 자금회수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저금리 기조로 신탁사들이 수익형 부동산 상품으로 오피스텔을 많이 공급했는데 정부의 대출 규제로 전국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었다"며 "대부분의 신탁사들이 물린 상황이라 언제 문제가 터질지 모른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도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