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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 허문 지 30년… 독일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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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인지 기자
  • 2019.11.1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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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 기념식서 "자유 막는 벽 없다"
최근 동독지역 중심 극우파 다시 세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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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AP/뉴시스】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식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촛불을 밝히고 있다. 이는 베를린 장벽을 넘어 서베를린으로 탈출하려다 동독 경비병의 총격에 숨진 동독 시민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2019.11.09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며 냉전의 종막을 알린 지 30년이 지났다. 독일은 그러나 통합의 기쁨보다는 갈등의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민자 물결에 실업률이 높은 동독 지역에서 극우파가 힘을 얻고 있어서다.

BBC, 뉴욕타임즈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9일(현지시간) 베를린 장벽 기념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자유를 제한하는 크고 넓은 벽은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쳤다"고 말했다. 1961년에 설립돼 독일을 가르던 베를린 장벽은 냉전의 상징이었지만, 1989년 동독을 비롯한 동부 유럽에서 혁명이 벌어지면서 붕괴됐다. 독일은 다음해 통일했다.

현재 독일에서 4번째 연임에 성공하며 장기집권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동독에서 자라났다. 메르켈 총리는 옛 서독 지역인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으나 생후 3개월 만에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동독으로 이주했다.

메르켈 총리는 기념식에서 유럽의 가치를 다시 세울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 민주주의, 평등, 법의 지배, 인권 등 유럽을 만든 가치는 자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할 일을 해야 하고, 변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동독 지역을 포함해 일부 유럽 국가에서 힘을 얻고 있는 극우 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1938년 나치가 유대인 박해의 신호탄을 쏴올린 '깨진 유리의 밤(크리스탈나흐트)' 기념일이기도 하다. 80여년 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나치 세력은 수천명의 유태인 가정, 회당 및 기업을 습격했다.

독일의 이민자 인구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현재 독일에서 살고 있는 4명 중 1명은 이민자 배경을 갖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2015년에 난민 100만 명 이상을 수용한 결과다. 이민자 대부분(10명 중 9명 이상)은 서부에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이민 정서가 가장 강한 것은 동부다. 동부 지역 주민들의 과반수가 서부 지역과의 경제적·문화적 격차로 자신들을 '2등 시민'이라고 느낀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서독의 승리'로 포장되고, 서부 지역이 독일의 주류가 되면서 동부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독일 정신 분석가인 한스 요하임 마즈는 "서부는 '우리가 더 낫다'는 편견을 갖고 있고, 동부는 '우리가 좋지 않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며 "이제 동부 지역 사람들은 '우리는 다르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독 지역의 실업률이 독일 전체 실업률보다 2배 수준으로 높다는 점도 갈등을 키운다.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위기감을 느낀다.

이러한 사회적 박탈감은 극우 세력 결집으로 이어진다. 독일에서는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극우 성향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세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말 튀링겐주 지방의회선거에서는 AfD가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을 제치고 득표율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CDU는 AfD를 극우, 반유대주의, 인종차별주의를 용인하는 정당으로 규정하고 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람들 사이에 벽은 없다'는 메르켈 총리가 독일 여론을 통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6월에는 독일의 난민 정책을 옹호한 한 정치인이 현관에서 총살당했다. 지난달에는 독일 동부 도시 할레에 위치한 유대교회당 인근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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