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지노믹스, 차세대 유전자 분석 주목…"올해 흑자전환"

지난 15일 경기 판교의 랩지노믹스 본사에서 연구원들이 유전자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지난 15일 경기 판교의 랩지노믹스 본사에서는 수십 명의 연구원들이 전국 병원에서 보내온 수천 여 개의 검체를 분석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검체가 담긴 시험관은 컨베이어벨트 같은 자동 검사장비 위에 놓여 순식간에 여러 검사장비들을 통과했고 자동으로 성분 분석이 이뤄졌다.

"여기에 있는 자동화 트랙 검사장비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우리 회사가 처음으로 도입한 겁니다. 전국 3000여개 병원에서 매일 1만 여 개의 검체가 들어오는데 모두 하루 만에 분석을 끝내고 다음 날 아침이면 검사 결과가 각 병원으로 보내집니다."


조성은 랩지노믹스 검진센터 원장은 회사의 검체 분석 기술력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아무리 많은 검체 물량도 자동화한 첨단 분석 기술을 이용해 신속·정확하게 분석을 끝내고 고객들에게 결과를 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랩지노믹스는 현재 일반진단 검체 분석을 위한 장비로 지멘스 오토 트랙 장비와 생화학장비 등 주요 장비 18대를 보유 중이다. 하루 처리 가능 건수는 최대 3만6000건으로 진단 수요가 늘어도 이를 수용할만한 충분한 처리 능력을 갖춘 셈이다.

랩지노믹스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은 최근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체외진단 전문업체인 랩지노믹스는 혈액, 상피세포, 머리카락 등 검체를 가지고 일반진단부터 분자진단(유전자 검사)까지 다양한 검사를 수행한다.


현재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사업은 일반진단 검체 분석 사업인데, 최근에는 분자진단 검사의 매출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분자진단이란 인간의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분자 수준의 변화를 진단하는 기법으로 흔히 유전자 검사라고도 한다. 초기 분자진단 기술이 한번에 하나씩 유전자 검사를 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 차세대 기술인 NGS는 한번에 수백개의 유전자를 검사함으로써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랩지노믹스는 NGS를 이용한 분자진단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초고속염기서열분석기인 넥스트시퀀스(NextSeq), 미시퀀스(MiSeq), 이온 프로톤(Ion Proton) 등 26대의 분자진단 장비를 보유 중이며 하루 최대 1만2500건의 분자진단 검사를 처리할 수 있다.

랩지노믹스의 유전자 검사 장비들. /사진제공=랩지노믹스

생애 주기별로 유전자 이상을 검사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매출도 증가세다. 현재 생애 주기별로 8개의 NGS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산전 기형아 선별검사 '맘 가드'(Mom Guard) △신생아 염색체 이상질환 선별검사 '앙팡 가드'(Enfant Guard)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 '위드진'(WithGENE) △맞춤형 다이어트 관리 '제노팩 다이어트'(GenoPAC Diet) △암 질환 예방 유전자 검사 '제노팩 캔서'(GenoPAC Cancer) 등이 대표적이다.

기술의 발달로 유전자 검사 비용이 줄어들고 개인 맞춤형 진단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늘면서 유전자 검사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생명공학 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4억달러였던 유전자 검사 시장 규모는 연평균 10.6%씩 성장해 2024년에는 11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랩지노믹스는 분자진단 사업 강화를 위해 △암 조기진단 키트 △면역항암제 반응 진단 △장기이식 거부반응 예측모델 △임산부의 특정 약물에 대한 부작용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해외 현지에 검사센터를 운영하는 사업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9월 베트남 종합물류기업 엘앤지와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상호이행각서(MOU)를 체결했고 내년 1분기 중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현지 파트너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분자진단 매출이 늘면서 전체 실적도 개선됐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23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1% 늘었고 누적 영업이익은 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진승현 랩지노믹스 대표는 "기술이전과 서비스 매출 증가로 올해 실적은 개선될 것"이라며 "해외 매출은 아직 미미하지만 내년에는 전체 매출의 10% 비중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랩지노믹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