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러, 내년 석유 감산 확대만 잠정 합의

AP Explains OPEC Oil Prices / 사진제공=뉴시스

석유 국가들이 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 회의에서 내년에 석유 감산 규모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감산 기간은 연장하지 못했고, 실제로 생산량을 줄이지 않더라도 특별히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점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로 남았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축인 OPEC과 러시아가 이끄는 10개국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내년 석유 생산량 감축 방안을 논의했다. 참여국들은 마라톤 회의 끝에 내년 감산 규모를 현행 하루 120만 배럴에서 170만 배럴로 40% 이상 늘리기로 합의했다.

OPEC+는 그러나 감산 합의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어느 나라가 얼만큼의 감산 부담을 질 지에 대해서도 알져지지 않았다. 회의 후 주요 관계자들은 예정돼 있던 만찬과 기자회견을 모두 취소하고 곧바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6일 OPEC+ 회의가 열릴 때까지 OPEC은 합의에 도달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칼리드 알리 알-파델 쿠웨이트 석유장관도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잠정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고 했다. WSJ는 "10개의 비OPEC 국가들도 감산의 부담을 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표단들은 정식적으로 자국의 허락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감산 기간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에 의견 차이가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 안정을 위해 내년 6월까지 감산 기간을 연장하자고 촉구한 데 반해 러시아는 기존 합의대로 내년 3월까지 감축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번 회의에서는 일단 기존의 감산 기간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러시아의 알렉산더 노박 에너지 장관은 내년 3월까지 감축하는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과 세계 경제 둔화로 내년 상반기 석유 시장은 공급 과잉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원유 트레이더, 애널리스트들은 산유국들이 일당 50만배럴을 추가적으로 감산해도 불안정한 유가를 확실하게 부양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감축량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나라들을 제재할 방법도 마땅히 없다. 산유국들은 감축 합의 기간인 지금도, 목표치보다 일별 45만배럴을 추가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한 듯 브렌트유는 이날 0.62% 상승한 63.39달러에 그쳤다. RS에너지그룹의 빌 패런 프라이스는 "감산 합의가 원유 시장에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래피던 에너지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만약 OPEC+가 석유 생산량이 실제로 감축된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지 못한다면, 원유 가격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