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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27억 예산' 쓰고도…철거되는 '스쿨존' 안전 新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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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광, 강주헌 기자
  • 2019.1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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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경찰청 "심의 대상" 유권해석에 철거 및 개조…"심의 받으면 특허 깨진다" 기술개발 의지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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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되고, '일산'은 안되고…사라지는 '스쿨존' 안전기술-경찰청 '지능형 안전차단장치'에 "심의 대상" 유권 해석…수원 외 지역, 철거 및 개조


‘수원은 되고, 일산은 안되고’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안전을 위해 개발된 ‘LED(발광다이오드) 펜스’ 등이 수원에선 정상 운영되는 반면 경기 고양(일산) 등에선 철거된 것으로 파악됐다. 신기술이 심의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경찰청이 다른 판단을 한 결과다.

민생법안 처리 지연으로 ‘스쿨존’ 안전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위한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스타트업계 등에 따르면 2013~2017년 경기 수원·고양·광명, 강원 원주에 위치한 초등학교 24곳 앞에 ‘지능형 안전차단장치’ 시스템이 설치됐다. 해당 사업을 위해 투입된 예산만 약 27억원이다.

그러나 수원(5곳)을 제외한 지역에선 해당 시스템이 철거되거나 핵심 장비가 제거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아 철거 대상이라는 경찰청의 유권 해석에 따른 것이다.

해당 시스템 중 ‘횡단보도 차단기’는 적색 보행신호 시 차단기가 내려가는 방식으로 주행 차량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한다.

경찰청 심의 대상인 신호기 등으로 분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신호 제어기와 무관하게 신호 변화를 감지하는 빛 감지 센서 기술을 개발·적용했다. 개발업체 A사는 법무법인 2곳을 통해 이같은 이유 등으로 해당 시스템을 신호기로 볼 수 없다는 법률의견서를 받았다.

경찰청 판단은 달랐다. A사는 2017년 6월 중소기업옴부즈만에 판로애로 해소를 요청하자 경찰청은 “신호제어기와 물리적 연계는 없으나 보행 신호와 동일하게 적·녹색 신호에 따라 차단기가 작동해 보행자의 통행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사고 위험을 줄일 핵심 장치로 주목 받았던 ‘LED 펜스’ 역시 문제가 됐다. LED 펜스는 스쿨존 횡단 보도에 접근하는 차량 속도를 줄이기 위해 수십미터 전부터 중앙선에서 경고 불빛을 낸다. 신호기로 분류되지 않기 위해 당초 파란불과 빨간불이었던 조명색을 주황색으로 변경했으나 경찰청 규제는 여전했다.

경기 고양에 설치된 시스템은 ‘LED 펜스’와 ‘횡단보도 차단기’가 제거된 채 음성안내를 하는 장치만 남았다. 경기 광명에는 처음부터 ‘LED 펜스’를 제외하고 ‘횡단보도 차단기’만 설치했으나 이 역시 철거됐다.

하지만 수원에선 이들 시스템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 경찰청은 2013년 10월 수원시에 보낸 공문에서 “동 제품은 신호기와 직접 연결하지 않고 적색 신호 시 보행자에게 경고 음성을 한다”며 “신호등 불빛이 아닌 다른 색상이 점등되면 교통안전시설로 보기 어려워 우리청과 협의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회신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2013년 판단은 해당 시스템이 국토교통부 소관 도로부속물에 해당하는지 명확한 해석이 없었기 때문에 (신호제어기 등과) 직접 연결이 아니면 교통안전시설이 아니라는 취지”였다며 “2016년 이후에는 국토부에서 (해당 시스템은) 도로부속물이 아니라고 해석을 해줬고 이에 교통안전시설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해당 시스템 등을) 시범 운영하기 위한 여건이 마련됐는데 업체들이 참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독]'27억 예산' 쓰고도…철거되는 '스쿨존' 안전 新기술
"특허 포기해도 보상 'NO'"…'스쿨존' 안전기술 막는 경찰청 심의"심의 받으면 특허 깨진다" 스타트업 한 목소리…과도한 심의, 기술개발 의지 '찬물'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안전을 위해 개발된 혁신 시스템에 대한 경찰청의 ‘탁상 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6년여간 일관성 없는 규제가 결과적으로 어린이 교통 안전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목소리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혁신 기술 개발 의지에도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 2014년 “규제 대상 아냐” VS 2017년 “심의 거쳐야”
‘횡단보도용 지능형 안전차단장치’를 막아선 경찰청의 판단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신호기와 연결 여부 및 신호등과 동일한 색상으로 신호를 지시하는지 여부다. 경찰청은 2013년 10월 국민신문고 답변을 통해 시스템 중 ‘횡단보도 차단기’가 신호제어기를 통해 신호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빛감지센서를 이용하기 때문에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해당 시스템의 핵심 장치인 ‘LED 펜스’에 대해서도 “황색빛(또는 주황색) 점멸 형태로 표시하는 것이 가능한지 답변드리면, 귀사의 시선유도장치의 경우 녹색, 적색 등 신호등과 동일한 색상을 표출할 경우 경찰청의 심의를 받아야 하나 신호등의 색상과 무관한 색상을 운영하는 경우 경찰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시기 경찰청은 수원시에도 이같은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도로교통법상 교통안전시설로 보기 어려워 경찰청과 협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수원시는 경찰청의 판단을 근거로 ‘횡단보도 차단기’와 ‘LED 펜스’를 설치해 지금도 운영 중이다.

불과 1년 후인 2014년 10월 경찰청은 ‘횡단보도 차단기’에 심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찰청은 광명시의 답변 요구에 “신호등과 연결되지 않고 자체 작동한다면 심의대상으로 보기 어렵지만 ‘보행신호 음성안내 보조장치’와 결합한다면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음성안내 보조장치는 적녹색 상황별 안내를 제공한다.

2017년에는 4년전과 정반대 목소리를 냈다. 경찰청은 2017년 고양시에 보낸 공문에서 ‘횡단보도 차단기’를 두고 “보행신호 음성안내 기능이 신호제어기와 물리적 연계는 없으나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며 사실상 심의 대상인 교통안전시설로 해석했다. ‘LED 펜스’에 대해서도 “보행신호 정보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새로운 형태의 신호정보를 제공하는 시설”이라며 “심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쿨존’ 안전 기술업계 ‘찬물’..“‘보상 없는’ 심의, 누가 참여하나”
경찰청의 교통안전시설 심의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대목이다. ‘스쿨존’ 안전 분야에서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건 스타트업계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자체 개발한 기술에 대해 경찰청 심의를 받으면 특허가 깨질 우려가 높다고 입을 모은다. 심의를 통해 국가 표준이 정립되면 다수의 회사가 이를 기반으로 관련 사업에 동시다발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심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 등도 전무한 상황이다. 교통안전 분야 스타트업들이 수개월에 걸쳐 심의 대상을 분석하고,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신기술 개발에 역량을 할애하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어린이 교통 안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어린이 안전을 위해 제도 개선은 물론 기술 개발 등 사회적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규제로 혁신 기술의 상용화를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특히 ‘민식이법’ 등 어린이 안전을 위한 각종 민생 법안 처리가 국회 정쟁으로 가로막힌 상황에서 안전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경찰청의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로교통공단이 위탁 운영하는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12세 이하 어린이 사상자가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2013년 427건, 2014년 523건, 2015년 541건, 2016년 480건, 2017년 479건, 2018년 435건 등으로 해마다 400~500건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심의를 받으면 특허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며 “심의해서 (해당 기술이) 채택되면 국가 표준이 생긴다. 한 회사의 독점을 막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심의 참여 기업에 대해선 “특별한 보상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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