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천적 복수국적' 제도 위헌여부 공개변론으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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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의무적으로 국적을 선택하도록 한 제도가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변론이 열린다.

10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헌재는 오는 12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크리스토퍼 멀베이 주니어가 국적법 12조2항 등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연다. 그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미한인 2세다.

현행 국적법상 어떤 사람이 외국에서 출생했어도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면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다.

이 중 남성은 18세가 돼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때부터 3개월간은 국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뒤엔 병역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병역의무가 없어지는 38세까지 국적이탈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출생한 남성이 제때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못하면 38세까지 복수국적자로 남을 수밖에 없어 군입대와 공무원 임용, 정계 진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발생했다.

청구인 측은 "18세가 미성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모 대리에 의해서만 국적이탈 절차가 진행될 수 있어 당사자 본인에게 국적이탈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피해 주장에도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등으로 관련 법령이 개정되거나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2013년 11월과 2014년 9월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헌재는 해당 법조항에 대해 "복수국적을 이용해 병역의무를 면탈하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2015년 11월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정미·김이수·안창호 재판관이 위헌의견을 내 5 대 4로 가까스로 합헌이 된 만큼 예단은 힘들다. 헌법소원은 재판관 9명 중 6명이 위헌의견을 내면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

이들 재판관은 "정당한 또는 불가피한 사유를 소명해 인정되는 경우엔 예외적으로 국적이탈을 허용해도 복수국적을 이용한 병역면탈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해당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합헌 의견을 낸 다른 재판관들도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선례의 견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이번 공개변론에서도 국적법 관련 조항 등이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청구인 측은 심판대상 법률 및 시행규칙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국적이탈의 자유와 국적선택에 대한 자기결정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측을 대리하는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 국적에서 이탈할 수 없어 외국에서의 공직취임 등 측면에서 불이익이 초래된다 해도 이는 사실상 효과에 불과하다"며 "제도적 제약이 있더라도 이는 해당국 정부·기관을 상대로 다퉈야할 문제라 직업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의견을 표했다.

헌재는 당사자 변론과 참고인 진술을 들은 뒤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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