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비관한 극단적 선택 다신 없도록..."

유재욱 서민금융진흥원 자활기획부 부장./사진=서민금융진흥원

생활고를 비관한 일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연이 전해질 때마다 누구보다 책임감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유재욱 서민금융진흥원 자활기획부 부장이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원스톱으로 대출·복지 등을 지원하는 센터) 관리와 맞춤대출서비스, 금융·복지 연계 서비스 등이 그의 업무다.

민간 기업에서 인사와 조직관리를 하던 그는 일을 하던 그는 좀 더 보람되고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일을 찾다 2009년 12월 미소금융중앙재단이 출범할 때 초기 멤버로 합류해 자활기획 업무를 맡았다. 이후 2016년 국민행복기금과 미소금융중앙재단이 통합해 ‘서민금융진흥원’이 됐지만 그의 일은 동일하다.


그는 서민금융통합지원의 존재 자체를 알리는 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서민금융제도와 채무조정 제도만 알았어도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는 “연체가 됐다고 자포자기 하거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다 보면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며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만 찾아와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유 부장은 최근 전국의 복지 공무원 3200명을 대상으로 서민금융 제도 교육을 마쳤다. 어려운 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지자체 복지 담당자여서다.또 지자체나 신협, 지역신용보증재단, 마을금고 등 지역 유관 기관과 연계해 한 곳만 방문해도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안내받을 수 있도록 지역협의체도 구성했다.

유 부장은 “신용유의자가 수급자로 전락하게 되면 이를 돕기 위해 막대한 복지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악순환이 돼 초기단계에서 해결책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모럴 해저드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누군가 이를 이용해 혜택을 보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하면 거기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희망을 되찾은 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혼 후 식당일을 하며 두 자녀를 키우던 여성이었는데 대부업체에서 27.9% 이자로 600만원을 빌렸지만 매달 이자를 갚기도 힘들어하다 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매달 현금으로 급여를 받고 있어 소득증빙이 어려웠고 이혼으로 주부대출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센터는 대출보다 복지 서비스가 적합하다고 판단했지만 이미 주민센터에서 월 100만원씩 3개월간 지원을 받아 이마저도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지역의료보험을 월 5만원씩 납부한 기록을 찾았고 이를 바탕으로 1000만원을 8%대 금리로 지원받도록 했다. 이 여성은 600만원은 갚고 나머지 400만원으로 생계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유 부장은 “이런 사례가 사내 게시판을 통해 공유되는데 안 될 거라 생각했던 이들의 성공 사례가 올라올 때마다 직원들도 울먹이면서 기뻐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보를 강화하면서 서민금융상품의 전체 이용자수는 늘었지만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이들에게는 여전히 닿지 못한 것 같다”며 “이들이 더 찾아오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서민들이 대면 접촉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비대면 서비스도 늘릴 계획이다. 유 부장은 “수요자 입장에서 제도 개선을 할 생각”이라며 “내년 중 맞춤 대출 어플리케이션을 내놓는 등 비대면 서비스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