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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마리당 수천만원…'유전자변형쥐'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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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창(충북)=류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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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6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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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국내 최대 실험쥐 보고 ‘생명연 실험동물자원센터’를 가다

[편집자주] 올해는 경자년(庚子年), ‘흰 쥐의 해’다. 쥐는 다산과 번영을 상징한 동물인 데다 사람과 닮은 면이 많다. 인간과 쥐는 99% 이상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그래서 쥐는 신약 개발 연구현장에서 전 임상 실험(동물실험)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존재다. 인간의 생로병사 비밀을 풀 열쇠가 이 쥐들에 달렸다. 과학기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면역 항암제 등 신약 개발·수출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위해 올해 3조 원을 투자키로 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실험동물자원센터를 찾아 ‘살아있는 시약’이라 불리는 쥐의 생산과 연구 과정의 일면을 들여다봤다.
[신년기획] 마리당 수천만원…'유전자변형쥐'를 아시나요
◇반도체 라인 뺨치는 청정 수준…매일 200개 이상 특성 분석=서울에서 3시간 넘게 내달려 도착한 충북 청주시 오창읍 소재 생명연 오창분원 실험동물자원센터. 국내 생물자원의 보고라는 간판답게 사육장엔 2500여종, 약 1만5000여 마리의 쥐가 살고 있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고압 대인 소독실을 통과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센터 관계자는 “쥐는 연구자가 손에 바른 화장품 냄새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무균실 수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오염 관리가 반도체 생산라인 못지 않았다. 쥐의 집인 케이지엔 긴 호수가 각각 연결돼 있다. 일종의 공기 청정기이다. 0.2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한 필터가 달려 초미세 먼지를 걸러 주입한다. 케이지는 2~3일에 한 번 갈아줄 정도로 높은 청정도를 유지한다. 쥐 사료도 120℃로 작동하는 고압증기 멸균기를 통과해야 반입 가능하다. 관계자는 “동물실험 결과의 신뢰성·재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육환경과 실험공간의 멸균·청정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해 실험 쥐의 품질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케이지 속 흰 쥐의 외부특성을 관찰 기록중인 생명연 연구원/사진=류준영 기자
케이지 속 흰 쥐의 외부특성을 관찰 기록중인 생명연 연구원/사진=류준영 기자

막 수정란을 넣어 임신한 어미쥐나 인공교배로 갓 태어난 새끼쥐들은 아이솔레이트룸(격리실)에 거주한다. 온도(21~23℃)·습도(40~70%)·환기·조도까지 모두 자동 제어되는 공간이다.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공조시스템을 운영하는 데만 한해 4억 원 가까이 든다. 해외에서 수입했거나 외부기관에서 전입온 쥐는 이곳 입실 전 철저한 검역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관계자는 “보통 30종의 기생충·바이러스·곰팡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피·조직 검사를 통과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 연구자들은 출근하면 쥐 한마리 한마리에게 ‘문안인사’를 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흰 쥐 외부로 나타나는 변화를 모두 관찰하고 세세하게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키가 커졌나. 털이 얼마나 났나 등 200개 이상의 특성(표현형) 분석을 실시한다. 현장 관계자는 “탈모군 등 유전자 형질 변화에 따른 분류도 실시한다”고 말했다.

세척과 멸균을 끝낸 새 케이지/사진=류준영 기자
세척과 멸균을 끝낸 새 케이지/사진=류준영 기자

연구자들이 실험동물로 쥐를 주로 쓰는 이유가 뭘까. 물론, 현장에선 실험용 쥐인 마우스(Mouse·생쥐, 평균체중 25g)와 래트(Rat·집쥐, 평균 체중 250g) 뿐만 아니라 햄스터, 저빌(사막쥐), 기니피그, 토끼, 개, 고양이, 돼지, 양, 소, 닭, 제브라피쉬, 개구리 등 다양한 척추동물을 실험동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마우스와 래트 비중이 압도적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보건·의료 분야 동물실험에 사용된 동물은 최근 5년간(2013~2017년) 총 1004만7782만 마리, 연평균 201만 마리 수준으로, 이중 마우스가 80.87%(812만6109마리), 래트가 13.10%(131만6086마리)를 차지했다.

이곳에서 실험쥐의 기생충·바이러스·곰팡이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사진=류준영 기자
이곳에서 실험쥐의 기생충·바이러스·곰팡이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사진=류준영 기자

쥐는 번식력이 좋다. 임신 기간이 3주 내외로 짧고, 한 번에 적게는 5마리, 많게는 10마리 이상 새끼를 낳는다. 크기가 작아 사육공간을 넓게 확보할 필요가 없다. 사료비도 적게 든다. 한손으로 잡아 주사를 놓을 수 있어 다루기도 편리하다. 최근 세포치료제 신약 등 후보 약물은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엄청나다. 테스트 약물이 어떤 건 1g에 1억 원을 호가한다. 이런 약물을 원숭이나 돼지를 통해 실험할 경우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 쥐는 소량만 써도 효과가 나타난다.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런 데다 평균 수명이 2~3년 정도라서 전생애 주기에 걸쳐 해야 하는 실험에 적합하다. 이를테면 실험용 약물 테스트를 할 때 일반적으로 쥐에게 18개월간 투여한다. 사람으로 치면 60세까지 계속 복용한 셈이 된다. 이후 부검을 통해 암 발생 등 독성 여부를 살펴 의약품 후보 물질의 승인 여부를 가린다.

아이솔레이트룸(격리실) 외부로 난 창에서 찍은 내부/사진=류준영 기자
아이솔레이트룸(격리실) 외부로 난 창에서 찍은 내부/사진=류준영 기자

◇‘인간화·PDX마우스’ 실험쥐 고도화…일부 유전자변형쥐 마리당 수천만원=투명하고 네모난 케이지 속에 하얀 어미쥐가 10마리의 새끼쥐를 품고 젖을 먹이고 있다. 어미의 눈매에선 애틋한 모성애가 느껴진다. 약 3주간 어미쥐 뱃속에서 자라 나온 새끼쥐 형제. 사실 어미쥐와 유전자(DNA)가 다르다. 암, 알츠하이머 치매 등 인간의 질환을 정복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개량한 유전자변형쥐(Genetically Engineered Mouse, GEM)다.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이 쥐들은 실험동물계에선 ‘숨은 진주’로 불린다. 김형진 생명연 실험동물자원센터장은 “특정 유전자를 변형시키거나 제거한 GEM은 현재 인간 질병에 대항한 전투 최전방에 서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변형쥐는 2만8000여개 유전자 중 특정 유전자 하나를 일부러 망가뜨려 작동하지 못하게 만든 상태로 태어난 쥐를 말한다. 이런 쥐의 특성을 연구하면 고장 난 유전자의 원래 기능을 자세히 추정해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3년 출범한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이 이 같은 유전자변형쥐를 확보하고 보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업단은 지금까지 170건의 유전자변형쥐를 개발했고 이중 95건은 쥐의 표현형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국제프로젝트인 ‘국제마우스표현형분석컨소시엄(IMPC)’에 등록했다. 이 DB에 등록된 전세계 유전자변형쥐는 약 8500여건에 달한다. 정부는 이 사업에 오는 2023년까지 17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최근 들어선 ‘인간화 마우스’, ‘PDX(Patient Derived Xenograft)마우스’와 같이 다양한 유전자변형쥐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인간화 마우스는 B세포(항체 생산), NK세포(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파괴하는 면역세포) 등이 없거나 면역 세포 기능이 저하돼 있는 쥐에 인간의 면역체계를 도입한 것으로 사람의 면역 반응을 연구하는데 활용도가 높다. PDX마우스는 환자로부터 얻은 세포 또는 조직을 직접 쥐에 이식한 이종이식쥐를 말한다. 환자의 세포와 조직을 직접 이식했기 때문에 치료약물에 대한 효능과 부작용, 면역반응 등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전자변형쥐 개발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생명과학계의 첨단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이용해 원하는 목표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교체하는 작업을 몇 달에 걸쳐 진행해야 한다. 또 목표한 쥐를 만들기 위해 특성을 확인하는 작업도 매일 이뤄진다.

김형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실험동물자원센터장/사진=류준영 기자
김형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실험동물자원센터장/사진=류준영 기자

◇“원하는 유전자변형쥐 직접 디자인 해드립니다”…美·日·EU 자원 확보 총력=전 세계 인구 고령화 등으로 바이오·의학 분야 산업의 성장 속도가 가파르게 증가하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유전자변형쥐와 같은 생명연구자원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929년 설립된 미국의 잭슨랩(Jackson Laboratory)의 경우 연구자가 원하는 유전자변형쥐를 직접 디자인해 개발한다. 새롭게 디자인된 일부 유전자변형쥐는 판매가가 수천만원에 이른다. 연구가치가 높은 실험쥐 품종을 보존하기 위한 배아·정자 냉동보존서비스,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쥐를 생산하기 위한 확장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유럽은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6개국 7개 연구소가 가입된 EMMA(European Mutant Mouse Archive, 쥐의 유전형과 관련 형질을 연구하는 국제 컨소시엄)를 토대로 돌연변이 쥐 품종을 모아 보존·공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생명연을 비롯해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등에서 생명연구자원 기탁·등록·보존·보급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연구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김종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박사는 이에 대해 “우리도 실험동물 종별 상황을 반영한 통합전략을 수립하고, 표준화된 품질관리 가이드라인을 수립·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동물복지 이슈 및 실험동물 사용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면서 동물실험을 대체하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2019년 6월 세계적 종합생명과학센터인 영국 생어(Sanger) 연구소는 앞으로 3년간 동물실험실을 폐쇄하고, 오가노이드 등 대체법 개발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재조합해 만든 미니 심장·위·췌장 등 장기유사체를 말한다. 또 장기의 미세한 구조를 플라스틱판 위에 재현한 3차원 장기칩(Organ-On-a-Chip)에 실제 세포를 배양, 특정 장기의 기능·특성을 구현하는 진단기기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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