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처럼 자유롭게…1년새 확바뀐 '현대차 신년회' 풍경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신년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새해 맞이 풍경이 '확' 달라졌다.

정장 차림의 무겁고 경직된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복장으로 리더와의 목표를 편안하게 공유하는 자리로 바뀌었다.


지난해 첫 그룹 시무식을 주재한 정의선 현대차 (249,500원 ▼500 -0.20%)그룹 수석부회장이 1년 만에 한 걸음 더 '업그레이드' 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2일 서울 양재동 본사 대강당에서 정 수석부회장의 주재로 2020년 '신년회'를 열었다. 지난해까지 '시무식'이라는 명칭으로 진행됐지만 변화를 줬다.

'칼정장' 사라지고…영화관 같았던 현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에서 다섯번째)을 비롯한 그룹 임직원이 2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스1

행사는 오전 8시에 시작될 계획이었지만 현장은 오전 7시30분부터 참석자들로 가득 찼다.


시무식이 아닌 신년회인 만큼 참석자들의 복장도 편안했다. '칼정장'은 보기 힘들었고, 단정하게 셔츠에 니트를 입은 비즈니스 캐주얼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시무식은 그룹 '복장 자율화'가 도입되기 전이었다"며 "올해 사실상 처음으로 바뀐 제도가 적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 위)이 지난해 2일 그룹 시무식을 주재하면서 신년사를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발표는 모습. 반면 2018년(아래)에는 계열사 별로 시무식이 열렸고, 윤여철 현대·기아차 부회장이 현대차 시무식을 주재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단상도 다소 바뀌었다. 과거 시무식 단상에는 경영진이 앉는 의자가 놓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의자를 놓는 대신 발언대만 놓고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이날 단상에는 대형 스크린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정 수석부회장도 자신의 차례에 메시지 카드만 들고 단상에 올랐다.

신년회가 시작하기 전까지 대형 화면에는 영화관이 상영 전 광고를 틀 듯, 현대차그룹 관련 영상들이 차례로 재생됐다. 그룹 관계자는 "과거 시무식의 핵심은 신년사에 포함된 '새해 판매 목표'였다"면서 "업무 목표는 별도 공시로 대체하고 신년회는 공감과 소통을 중시하는 쪽으로 진행 방향이 바뀐 듯 하다"고 말했다.

"떡국 드셨나요" 소통과 행복 부각된 신년회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이날 7시 57분쯤 모두 객석 아래 좌석에 앉자 신년회가 바로 시작됐다. 국민 의례에 이어 지난해 1년 동안의 성과를 정리한 영상, 정 수석부회장의 메시지 순으로 신년회는 이어졌다.

이날 10분 동안 신년 메시지를 전하며 정 수석부회장은 자신감이 넘친 모습이었다. 그는 준비되지 않은 '애드리브(ad lib)'를 전하는 여유도 보였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어제 떡국 잘 드셨느냐"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전하며 현장 분위기를 가볍게 했다.

또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을 하고 등장한 것에 대해선 "이 행사 후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회 참석이 있어 그렇다"며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이날 그는 향후 5년간 총 100조원을 투자를 한다는 미래 계획도 알렸지만 "회사의 성장보다 중요한 건 고객의 행복"이라는 의지도 확고히 했다.

최근 재계에서 떠오른 화두인 '행복'을 염두에 둔 듯 "고객의 행복이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기업가치이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과거 성과 등을 기반한 혁신을 강조한 것에서 올해는 미래를 더 내다보는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해 첫 신년사에선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6번 언급했던 그다. 그러나 올해는 그룹의 가치와 방향, 구성원과의 소통을 거듭 강조하며 "힘차게 전진하자"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신년회 마지막까지 기존의 모습과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메시지를 마무리한 그는 "새해 첫날부터 이런 걸 보면 긴장될 수 있으니 일어나 악수하면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다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 서로 인사해달라"며 소통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