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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창궐 17년, '바이러스 저수지' 박쥐의 재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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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산 기자
  • 2020.01.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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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사스, 박쥐에서 유래... 이번 중국 집단폐렴도 유사한 경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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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사진제공=질병관리본부
2002, 2003년 중국을 강타한 사스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유래됐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은 오늘날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이번에 중국 우한시 집단폐렴 원인으로 지목된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류 역시 박쥐로부터 유래됐다는 추정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당국이 공개한 유전자염기서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번 집단폐렴 코로나바이러스와 박쥐 유래 사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및 단백질 유사성(상동성)이 89.1%였다고 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집단폐렴 유발 코로나바이러스는 2002년 '그때 그 사스'의 유사체는 아니다. 이 사스와는 비슷하지만 종류가 약간 다른 '박쥐로부터 유래한 사스 유사체'와 닮은꼴이다. 질본은 이를 구분하기 위해 이번 코로나바이러스가 '그때 그 사스'와 상동성이 77%인 반면 '박쥐 유래 사스…'와 상동성이 90%에 육박했다고 별도 설명을 달았다.


"하나의 인류, 그러나 인종 차이 같은 것"



해외 과학자들은 박쥐를 숙주 삼아 기생하던 집단폐렴 유발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떤 계기로 인간 세상에 침투했을 거라고 강력하게 추정한다. 홍콩중문대 데이비드 후이 교수는 현지 언론에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발원한 뒤 우한 시장에서 다른 동물과 사람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간을 인종별로 나누면 백인, 흑인, 황인으로 구분되는 데 사스, 박쥐 유래 사스…, 집단폐렴 유발 코로나바이러스에도 이런 식의 구분이 가능하다. 한 조상에서 변이와 변이를 거듭해 오만가지 종류의 바이러스로 분가했다는 것이다.

이 바이러스들과 박쥐가 공생해온 건 이유가 있다. 박쥐가 옹기종기 모여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박쥐와 박쥐를 오가며 바이러스들이 숙주 환경에 따라 변이를 거듭하면서 오늘날 박쥐가 사스, 메르스 같은 중증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거대한 저수지가 된 것이다.

박쥐가 바이러스 저수지로서 인류에 각인된 건 2002, 2003년 중국 사스 이후다. 그때도 발원지는 재래시장이었다. 광둥성 광저우시 한 재래시장을 출발점으로 역학조사가 이뤄졌는데 바이러스 기원이 박쥐로 밝혀진 것이다.

박쥐는 드라큘라, 뱀파이어의 모티브였다. 피를 빨아먹으면서 희생자에게 뱀파이어 유전자를 이식시킨다. 흡혈박쥐가 흡혈 뒤 자신에게 기생하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처럼. 영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포스터.
박쥐는 드라큘라, 뱀파이어의 모티브였다. 피를 빨아먹으면서 희생자에게 뱀파이어 유전자를 이식시킨다. 흡혈박쥐가 흡혈 뒤 자신에게 기생하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처럼. 영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포스터.


사스, 광견병, 집단폐렴… 박쥐의 저주



2004년 호주 과학자들로부터 시작된 가설과 증명, 그리고 2015년 홍콩대학 연구진 실험을 통해 박쥐가 사스의 숙주인데, 어떤 계기로 사향고양이를 거쳐 사람에게 넘어왔다는 퍼즐이 맞춰졌다.

중국인들이 오랜 세월 박쥐고기를 먹고 약재로도 써왔다는 것도 중국에서 유독 코로나바이러스(사스도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류) 집단발병이 극심한 이유를 설명하는 재료가 됐다. 이 역학관계는 오늘날 학계에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쥐에서 비롯된 인류의 수난은 비단 사스에 그치지 않는다. 광견병의 조상도 박쥐에 기생하는 광견병 바이러스(Rabies virus)다. 세계 곳곳에 사는 박쥐들로부터 광견병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박쥐에 물리거나 접촉을 통해 또는 박쥐로부터 감염된 개나 너구리 같은 2차 동물에게 물려서 병에 걸리는 데 해마다 5만명 넘는 사람이 죽는다.

많은 과학자들은 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도 박쥐가 뿌린 것으로 의심한다. 아프리카 원숭이들이 그 지역에 서식하는 과일박쥐와 치열한 먹이 싸움을 벌이는 데 이때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원숭이를 잡아먹은 어떤 동물이 사람과 접촉해 결국 인간에게 바이러스가 전달되는 '스필오버(Spillover)'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쥐발 '제2의 사스' 예측 불가



다행히 이번에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와 형제로서 유사성이 77%에 달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사스는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반면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는 발견되지 않았다.

질본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 유래 사스 바이러스나 사스와 상동성이 높다고 해서 직접적인 연관성이나 독성을 확정할 수는 없다"며 "바이러스 분류나 감염력, 독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심층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냥 안심할 수도 없다. 박쥐가 언제 어떤 종류의 바이러스를 뿌려댈지 알 수 없어서다. 박쥐를 박멸할 수도 없고 지금으로서는 인간이 대처할 수 있는 예방법 내지 사후 조치도 지극히 제한적이다.

최강석 농림축산검역본부 박사는 저서 '바이러스 쇼크'에서 "박쥐 바이러스들이 뒤섞이는 과정을 거쳐 사람에게 넘어올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며 "제2의 사스가 언제 출현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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