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다!'...돈 빌려 주식 투자 늘었다

"빚 내서 하는 주식투자는 위험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괜찮아서…"

증권 시장의 '투자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6개월 만에 다시 10조원대를 돌파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3일(결제일) 기준 10조38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비 8248억원(9.0%) 증가한 수치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28일 10조197억원으로, 지난해 7월25일 10조90억원 이후 약 6개월 만에 10조원대를 회복했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것으로, 이 잔고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증시에 활기가 돈다는 의미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2500선, 900선을 놓고 공방을 벌이던 2018년 중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한때 12조원대까지 불어났다.


이후 10조원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악재가 터지면서 8월 중순 8조원대 초반까지 빠졌다.

상하이 / 사진=뉴시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대형 악재가 발생했지만, 시장은 이미 '내성'이 생긴 분위기다. 악재의 진원지인 중국의 주식시장은 지난 3일 대폭락 이후 이틀 연속 반등했다. 2100선이 무너졌던 코스피도 다시 22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날 미국 증시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기대감에 힙 입어 3대 지수 모두 1% 넘는 강세를 보였고, 나스닥은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일 강세를 보이는 테슬라를 필두로,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주요 종목들이 2% 이상 올랐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상반기 시장 상황은 우호적"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불확실성이 등장했지만, 시장은 최근 경기 부양적 기조 강화 움직임에 더욱 주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유 팀장은 "지난해 시장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제조업의 침체였는데 최근 제조업 지표들이 살아나고 있다"며 "이와 함께 각국의 통화 완화정책, 미·중 무역분쟁 타결 등은 최근 시장 강세를 설명해 주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신용거래융자 급증이 시장 하락 시 반대매매를 통해 낙폭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대매매는 만기까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거나 담보가치가 일정 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돈을 빌려준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내다 파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5~7% 수준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큰 변동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