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부총영사 "잔류교민 있으면 못 떠난다…무섭지만 끝까지"

중국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는 여전히 전쟁터다. 18일 하루에도 1660명의 확진자와 11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지금까지 우한의 확진자는 4만4412명, 사망자는 1497명이다. 장강이 흐르는 이 아름다운 도시가 여전히 공포에 질려 있지만 이 곳을 떠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고 무섭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맡은 임무가 교민들을 보호하는 것이니 임무에 충실히 하는 것 뿐이죠. 도움이 필요한 교민들을 돕는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광호(사진) 주우한총영사관 부총영사(총영사 직무대리)는 19일 전화인터뷰에서 "여러 사정으로 우한에 남아 있는 교민이 100여명 정도로 파악된다"며 "이들을 돕는 일이 고생이라고 할 것도 없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부총영사는 3차례에 걸쳐 전세기를 통해 800여명의 우한 교민을 한국에 철수 시킬 때 현장을 지휘했다. 당시 상황이 급박하고 열악해 며칠 밤을 꼬박 새기도 했다. 8명의 우한총영사관 직원 중 4명은 마지막 전세기로 귀국했고 현재 4명의 직원이 남았다. 이들은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사관 근처에 숙소를 잡고 영사관에 출퇴근하며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귀국을 희망하는 교민들을 대부분 한국으로 보냈을 때 재외국민 보호라는 임무를 잘 완수한 것 같은 성취감과 안도감을 느꼈다"며 "큰 사고 없이 잘 귀국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보면서 자신도 그곳에 있기를 바라지는 않았을까.

"저보다도 가족들이 더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래도 저의 임무가 있고 교민들을 지켜야하는 입장입니다. 가족들이 이해해줘서 고마운 마음이 더 큽니다. 사태가 잘 마무리돼서 가족들을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한총영사관은 우한에서도 코로나19의 피해가 가장 큰 지역 인근이다. 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지목받고 있는 화난수산물 도매시장도 멀지 않다.

이 부총영사를 비롯한 영사관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씻기를 잘하는 등의 위생수칙을 지켜가며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그는 "우한은 코로나19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의료시설이 태부족인 상태"라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이 된다"고 털어놨다.

한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그는 "우한 상황에 비하면 한국 상황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좋다"며 "너무 방심하는 것도 문제지만 필요이상으로 공포심을 갖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 부총영사는 "한국은 의료시스템이나 치료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만큼 당국에서 요청하는 위생수칙을 잘 준수하면 곧 괜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당분간은 우한총영사관을 계속 지킬 것이다. 그는 "잔류하고 있는 교민이 있는 한 영사관을 지킬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이 손을 잡고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국과의 관계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총영사는 인터뷰 요청에 "당연한 일을 하는건데 인터뷰를 하는 것이 낯 간지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총영사를 비롯한 우한 영사들의 헌신은 다른 외교관들의 귀감이 되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