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활동=퇴학…고3 참정권 막는 고등학교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를 비롯한 청소년들이 지난해 12월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만18세 선거연령 하향 패스트트랙 본회의 통과 촉구 행동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 지역 고등학교 3곳 중 1곳이 정치 활동을 한 학생에게 퇴학까지 가능한 징계규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18세 학생이 선거권을 갖게 된 이상 시대착오적인 학교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3주간 학교정보공시와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서울 시내 고등학교 규정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 320개 고등학교 중 128개교가 학생의 '정치 활동' 자체만으로도 최대 퇴학까지 시킬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320개교 중 3개 학교는 공론화를 통해 학교 규정 개정이 진행 중인 등의 사유로 규정이 확인되지 않았다.


집계는 '정당 등 외부 단체 가입' '학교장의 허락 없이' 등 전제조건이 붙은 경우를 제외하고, '정치 관여 행위' 자체를 제한하는 경우로 한정했다.

정치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최대 선도처분을 내릴 수 있는 학교는 3곳이었다. 선도처분은 일반적으로 퇴학을 제외한 수위에서 징계를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최대 징계수위가 특수교육 이수인 곳은 4곳, 사회봉사는 2곳, 교내봉사는 2곳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A 고등학교 징계 기준표(위)와 B여고의 학생회 회칙(아래)/사진=각 학교 규정

또 183개 학교는 학생회 회칙에 "학생회의 회원은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원칙적으로 학생회의 회원은 휴학생을 제외한 모든 재학생으로 구성된다. 규정상으로 모든 학생의 정치 활동은 금지돼 있는 셈이다.


배경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학생들이 대자보를 쓰거나 집회에 나갔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징계 시도가 이뤄졌던 경우도 일부 있었다"며 "학생들이 공개적으로 정치활동을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관련 규정이) 폭넓게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아예 사문화된 조항은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배 공동집행위원장은 "무엇보다 규정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며 "만 18세 선거권 시대에 학생들이 정치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관련 규정이 위축효과나 자기검열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가 제21대 국회의원선거부터 적용된 18세 이상 선거권을 알리기 위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 앞에 '아름다운 선거, 18세부터 시작됩니다' 현수막을 게시, 앞을 지나는 학생들이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정치 활동을 막지 않으면서 학생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해주는 경우도 일부 있었다. 석관고는 규정에 "학생회 회원은 헌법, 교육 관련 법,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에서 인정하는 권리를 갖는다"며 △양심, 종교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자치 활동에 대한 권리 △기타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권리 등을 보장했다.

장충고는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학생회, 학생동아리 및 그 밖의 학생자치기구의 구성과 운영 등 학생자치활동의 자율과 자치를 보장하고 이에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한편 교육당국은 새학기를 앞두고 관련 규정을 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18세 이상 학생이 선거권을 획득함에 따라, 교육부는 공직선거법에 부합하도록 학교규칙을 제·개정할 것을 지난 12일 시·도교육청에 안내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안내에 따라 각 학교에 학교규칙 개정 관련 안내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