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맞선 기업들 "어떤 위기도 시스템으로 극복한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안정준 기자
유영호 기자
최민경 기자

"기업의 불이 절대 꺼지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기업들이 '컨틴전시 플랜(위기시 비상대응 계획)'을 속속 가동하며 최악의 위기를 피해 '차선책'을 택하고 있다.

코로나19 우려 속에 무리하게 '직장 근무'를 고집하다 확진자가 나와 낭패를 당하는 것보다 업무효율은 떨어지지만 '재택 근무'로 길게 보면서 업무를 지속한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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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이 '인력자원 보호' 차원에서 컨틴전시 플랜으로 업무를 대전환하고 있다.

SK그룹은 국내 그룹 중 최초로 코로나19 감염 방지 차원에서 지난달 25일부터 전사적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필수인력 30%를 뺀 나머지 70% 사원들은 비교적 안전한 집에서 일하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전사적 재택 근무의 전 단계로 필요한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업무용 클라우드의 원활한 접속을 돕기 위해 네트워크 시스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시스템 차원에서 코로나19에 긴급 대응하며 업무 중단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미 '코로나19 비상 TF(태스크포스)팀'을 전면 가동했다.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한편 자체 방역을 강화해 확진자 발생 사업장은 곧바로 폐쇄하고 긴급 방역을 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현대차도 '업무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울산공장에 컨트롤타워로 '코로나 상황실'을 만들었다. 또 개별 사업장 단위로 매일 방역을 실시하고, 사업장 출입시 1:1 체온 측정으로 미열이 있는 직원이라도 즉시 귀가 조치하고 있다.

생산 라인이 아닌 서울 양재동 본사 직원들은 선택적으로 재택 근무를 하도록 했다.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사업장 밖에 '임시사무실'을 만들어 비상 사태 시 필수 인원이 따로 근무할 수 있게 했다.

중장기 관점에서 업무 계속할 제반여건 만들어

이번 코로나 사태로 국내 기업들의 위기 대응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교훈도 들린다.

특히 확진자에 대한 직접적 차단 못지 않게 사원들의 근무 지원 체계 같은 간접지원 수준이 돋보인다는 진단이다.

단적으로 SK그룹이 가장 빠른 재택 근무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평상시 '자율좌석제'를 통한 스마트오피스 경험을 충분히 쌓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SK텔레콤 을지로 사옥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선제적으로 재택 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피해가 적을 수 있었다.

일부 기업들은 재택 근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IT시스템을 장애를 해결할 전담 직원의 비상연락망을 수립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포스코는 전무후무한 예비근무조 편성 노하우를 숙련시키고 있다. 이는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근무조 전원을 업무에서 빼고, 예비 근무조에게 무균복을 입혀 비상 조업에 투입하는 것이다. 포스코는 24시간 비상상황실도 운영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최재욱 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은 "재택 근무나 직장 폐쇄를 결정한 기업들은 코로나19 전파를 차단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증상이나 발열이 있으면 언제든 진단을 받고, 재택 근무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사태 진정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협력사·지역사회와 함께 대응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협력업체들을 챙기려는 모습도 '기업의 불'을 꺼뜨리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삼성은 자금난에 빠진 협력사를 위해 2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책을 발표했는데 이중 1조원은 운영자금을 아예 무이자나 저금리로 빌려주는 것이다.

현대차도 부품 협력업체 350여곳을 위해 1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이중 경영자금 무이자 지원은 3080억원, 납품대금 및 부품 양산 투자비 조기 결제는 6920억원 규모에 달한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기부금을 쾌척한 것도 눈에 띈다. 삼성그룹이 300억원을 기부한 것을 필두로 현대차 50억원, SK그룹 54억원, LG그룹 50억원, 포스코 50억원 등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진정성이 깔려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외의 수많은 재난 중 코로나19처럼 공장 가동과 부품 수급, 본사 운영에 전 방위적 악영향을 미친 사례는 없었다"며 "이번 사례에도 기업의 업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반면교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