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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항공·정유, 더이상 방치했다간…되살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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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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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下, 코로나 뉴딜로 기간산업 살려야](종합)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위기로 한국 산업계의 '대동맥'인 국가기간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항공·해운·정유·자동차 같은 기간산업들은 더 직접적이고, 더 강력한 타격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종은 한번 무너지면 되살리기 어렵고, 그 반사이익이 해외 경쟁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속성이 있다. 코로나19 확산 못지 않게 우리가 국가기간산업의 위기 현주소를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와 업계의 코로나 뉴딜 정책이 어디에서, 어떻게 필요한 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줄도산 위기 기간산업…전문가 위기대응 3대 키워드는?


사진 왼쪽부터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장,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사진 왼쪽부터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장,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이어지면서 항공, 정유화학, 자동차 등 주력산업 충격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뿌리를 이루는 주력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생존 △구조조정 △미래 경쟁력 확보를 키워드로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돈 돌아야 생존…유동성 지원 최우선

전문가들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한 것은 기업 유동성 확보다. 코로나19 글로벌 시장이 사실상 셧다운되면서 ‘생산→소비→투자’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경제 순환구조가 꽉 틀어막히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은 기업을 살리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면서 “기업들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회사채 보증 확대 등의 지원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기업들이 당장 4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막기 위한 현금 확보에도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면서 “과거 경제위기 상황을 보면 우량기업이라 해도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연쇄적으로 흔들리는 만큼 유동성 공급이 우선적으로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무너진 경제순환 고리를 복원하기 위한 고강도 내수진작 대책도 주문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장은 “세계적으로 수요·공급 양측이 충격을 받은 상황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단 생산은 가능한 상태”라면서 “살아있는 내수 시장이라도 이어가기 위해서 내수진작 대책으로 어떻게든 소비가 이뤄지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최근 어려움이 누적된 자동차업계가 충격을 크게 느끼는 상황”이라며 “부품업계 등 자동차 생태계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개별소비세에 이어 취등록세 인하 등 추가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운·항공·정유, 더이상 방치했다간…되살리기 어렵다

◇대기업 고용 안전망도 확대…구조조정 충격 정부가 분담해야

전문가들은 또 경기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정부가 분담해 기업이 홀로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실장은 “(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 기업실적 악화 되면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이 따라온다”면서 “우리 노동시장의 경우 노동조합 문제 등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이 떨어져 기업이 충격을 다 떠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규모를 더 확대하고 대기업 지원을 위한 고용 안전망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조 실장은 “항공, 석유화학 등의 경우 외부 충격까지 겹쳐 기업이 자체적으로 위기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이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대응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가 법·제도 개선 등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여객 운항이 급감한 가운데 2일 인천국제공항에 제주항공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코로나 19 여파로 여객 운항이 급감한 가운데 2일 인천국제공항에 제주항공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위기를 기회로…기업 족쇄 풀어 미래 투자 지원해야

전문가들은 위기 극복 이후를 내다본 미래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도 위기 상황인 만큼 지금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 극복 이후 글로벌 산업지형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 실장은 “지금 냉정히 보면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다 주춤거리는 상황”이라며 “여력만 있다면 지금이 미래 투자를 확대해 초격차를 유지하거나 격차를 늘릴 수 있다는 의미. R&D(연구개발) 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해 미래성장동력 확충할 수 있게 유도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많이 어렵지만 역설적이게 AI(인공지능), 자율주행, 클라우드, 통신, 5G, IT장비 등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기업들이 위기 전 계획했던 R&D 등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지원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 실장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잘 견디고, 잘 준비한다면 위기 극복 이후에 주요 산업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정부도 위기를 기회 삼아 R&D 세액공제 확대, 법인세 인하, 규제개혁 등 대대적 정책수정으로 기업 족쇄를 풀어 기업들이 지금이라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28일 울산 13번째 확진자가 울산 현대자동차 도장2부 직원으로 확인되면서 현대차 울산 2공장의 가동이 중단 됐다. 2020.02.28,/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28일 울산 13번째 확진자가 울산 현대자동차 도장2부 직원으로 확인되면서 현대차 울산 2공장의 가동이 중단 됐다. 2020.02.28,/사진=뉴시스

유영호 기자, 권혜민 기자



조단위 항공업 금융지원 임박, 2가지 키워드는


코로나 19 여파로 여객 운항이 급감한 가운데 2일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
코로나 19 여파로 여객 운항이 급감한 가운데 2일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

정부의 항공업 지원 방안 공개가 임박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유례없는 위기에 금융당국이 조 단위의 지원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 등 기간산업이 무너지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니 대규모로 지원한다는 방침에는 이견이 없다. 전제조건은 ‘자구노력’이다. 아울러 항공업은 해운과 정유와 달리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한 만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항공업도 ‘재편’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LCC(저비용항공사)에 3000억원을 지원했던 것과 비교할 때 항공업 전체에 대한 지원 규모는 조 단위가 될 수 밖에 없다. 금융지원은 항공사의 일시적인 유동성을 해소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현금유출액에 비례해 지원규모를 산정하면 1조50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5개 LCC(저비용항공사)의 현금유출 비용은 4조원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현금유출비용은 4배인 16조원이다.

물론 조건 없는 지원은 아니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시도와 대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자구노력이 필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손병두 부위원장이 “대기업은 내부 유보금, 가용자산 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일차적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 주재의 시장점검회의에서도 이를 재확인했다.

대한항공 등 일부 대기업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금융시장이 신용경색 조짐이 있던 지난달 중순에비해 안정됐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6000억원 규모의 ABS(유동화증권)를 시장에서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체노력과 정부지원 프로그램으로도 부족할 경우 정책금융기관이 개별 대기업의 상황을 보고 자구노력과 유동성·재무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가 공급 과잉을 겪고 있는 항공업을 재편할 수 있는 계기로 판단한다. 미국은 9.11 테러를 계기로 3개 대형항공사와 6개 LCC로 시장이 재편됐으나 국내에선 LCC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코로나19 이후 항공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언제든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살아남은 항공사도 부채 증가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공급 구조조정 없이 단순 정부 지원이 이어졌을 경우 위기에 취약한 현재 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LCC 지원을 전담했던 산업은행 역시 항공사 재편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지난달 27일 항공업 지원 관련해 “코로나19 장기화로 LCC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지원은 재편 과정 등을 고려해 부처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렬 기자



해운업 돈맥 막히는데 "대출보다 쎈 지원을…"


해양수산부는 지난 2월 청와대에서 진행한 업무보고에서 해운재건 성과 창출을 전면에 내세웠다. 해운재건 계획의 '핵심'인 HMM(옛 현대상선)은 연내 흑자전환을 예고했다. 글로벌 해운동맹 개시와 초대형 컨테이너선 도입 등 재료도 충분했다.

변수는 '코로나19'다. 글로벌경제가 흔들렸고 제조업 공장은 문을 닫았다. 펜데믹(대유행)과 함께 물동량 감소가 시작됐다. 해운업계는 이미 돈맥이 막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900억 긴급경영자금에 몰린 해운사, 3곳 중 2곳 "유동성 지원 시급"

5일 해수부에 따르면 외항해운선사 긴급경영자금 대출 첫날인 3일 해운사 8곳이 320억원 대출을 신청했다. 신청액 기준으로 하루 만에 준비한 900억원의 3분의 1 이상을 신청한 것. 해운업계 유동성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업계 모두 코로나19에 대한 1번 대책으로 유동성 지원을 꼽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해운사 144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 전체 67%가 유동성 지원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매출이 전년대비 27.4% 줄고 물동량 감소를 앞둔만큼 돈 흐름마저 마르면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이다.

물동량 감소 조짐도 속속 나타났다. 중국은 2월 누적 항만물동량이 전년대비 10.1% 감소했다. 주요 항로인 미국과 유럽도 펜데믹 선언 이후 방역 시스템에 구멍을 드러내며 봉쇄조치에 들어갔다.

해상운임은 충격이 나타난 지 오래다. 건화물(벌크) 지표인 BDI(발틱화물지수)는 2일 기준 624로 지난 연말 1090 대비 466p(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평균 BDI는 592로 지난해 평균 135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컨테이너선 지표인 상해발운임지수(SCFI)는 3월 마지막 주 기준 889.8로 지난해 평균을 10%가량 웃돈다. 물동량 유지보단 글로벌 해운동맹의 공급조절에 따른 결과다. 사태 장기화 시 글로벌 해운동맹과 대형선 투입으로 HMM의 재도약을 노리던 해운재건 계획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지원은 대출인데, 한도도 모자라…뒤늦은 총알보단 선제적 대포를

해수부의 유동성 지원은 한국해양진흥공사 자금을 통한 보증이다. 해양진흥공사가 900억원을 금융기관에 예치하면 지원대상이 대출을 받는 방식이다. 해양진흥공사가 예치금 이자를 포기하는 대신 금융기관은 금리를 낮춘다. 직접 보조보단 금융비용 지원이다. 공사자금을 기업에 직접 투자할 근거가 없는 탓이다.

그 결과 유동성이 급한 해운선사가 금융권 대출심사를 넘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실제로는 해양진흥공사의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지만 대출형식인 만큼 이자와 기업 신용도라는 문턱이 존재한다.

업종 특성상 해운사의 신용과 재무구조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면 일감이 끊긴다. 유동성 고갈이 겉으로 드러날 때는 직접적인 자금지원으로도 회생이 어려운 구조다.

앞서 진행한 여객선사 경영자금 대출이 2주간 2개사 40억원에 그친 것과 달리, 외항해운사 대출엔 첫날 320억원 수요가 몰린 것도 유동성 확보가 급한 탓이다. 코로나19 라는 비정상 상황에서 평상 시와 동일한 대출과정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원규모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해수부는 900억원대 경영자금 지원을 결정하며, 1사당 50억원으로 한도를 정했다. 대출규모는 차등 적용하지만 대상 기업이 163곳인 점을 감안하면 규모가 턱없이 적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정부는 비상경제회의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며 "최소한 해운선사의 선박금융에 대해선 원리금을 유예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유동성 대출 심사 역시 심사자의 면책범위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이 돌아가도록 해야한다"며 "경영자금 900억원 역시 대상이 비해 규모가 턱없이 적다"고 강조했다.

한 해양수산 업계 전문가는 "해운업계 특성상 부도 시 지원하는 방법은 이미 늦다"며 "민관 합동으로 단계별 시나리오에 따라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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