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말고, 순리대로 중재'…기업분쟁 푸는 '민관 드림팀'

#자동차 전장부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A사는 지난해 원청업체 B사에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순이익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B사도 A사의 요구를 쉽게 수용할 수는 없었다. 소송으로는 B사를 이길 수 없었던 A사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상생조정위원회(이하 상생조정위) 분과인 수·위탁분쟁조정협의회에 해당 사건 중재를 요청했다.

수·위탁분쟁조정협의회는 전담 변호사를 통해 양사와 5차례 협의를 거쳤고 3개 품목의 단가를 17~47%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또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A사는 처음 협의를 시작한 때부터 인상된 가격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했지만 B사는 합의가 된 시점부터 단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위탁분쟁조정협의회는 상위기구인 상생조정위를 통해 일부를 소급적용하기로 중재안을 마련했다. 양 측은 이를 최종수락했고 현재까지 납품계약을 지속해오고 있다.


대·중소기업간 기술침해·불공정거래 관련 사건의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위해 출범한 상생조정위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상생조정위는 기업간 갈등사건에서 규제·소송 대신 조정·중재를 유도하고 부처간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출범한 기구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공정거래위원회·대검찰청·경찰청·특허청 등 정부부처, 대한상의·중소기업중앙회, 교수·변호사 등 민간이 참여했다.

대표적 성과는 납품대금 등 분쟁사건의 빠른 해결이다. 상생조정위는 소관별로 ‘수·위탁분쟁조정협의회’와 ‘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를 운영한다. 두 기구는 사건접수에 따라 범부처적 협의를 통해 분쟁을 조정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부처 칸막이 등으로 해결에 속도를 내지 못한 사건들이 공정위·대검찰청·민간전문가 등이 두루 참여한 상생조정위에선 빠르게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에 접수된 사건도 수사·처벌 대신 조정·중재를 유도한다. 이달 기준 상생조정위가 검찰에 접수된 불공정거래 관련 사건을 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에서 중재키로 한 사건은 7건이다. 검찰은 현재 해당 사건의 수사를 멈추고 양측의 합의를 기다리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법적 다툼은 판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판결 이후 양측이 거래를 지속하기가 어렵다”며 “소송으로 분쟁을 해결해 ‘상처뿐인 승리’에 그치지 않고 양측이 원만히 합의해 ‘윈윈(win-win)’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생조정위는 앞으로 부처간 논의를 거친 상생정책도 발표해나갈 예정이다. 먼저 이달 중으로 ‘중소기업 기술보호 강화방안’ 발표가 예정돼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중앙회와 경찰청은 ‘기술분쟁시 피해액 산정’ 모델을 공동개발키로 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관 내에서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발굴하기 위해 지침 등을 마련하고 있다”며 “앞으로 개별사건 조정·중재실적을 높이고 부처간 협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