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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맨]흉년 들어도 씨앗은 남기자는 예산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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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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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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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재난지원금 100% 지급" 포퓰리즘을 이기는 힘은 '원칙과 신념'

[편집자주] 미들맨은 등산대의 대장을 도와 낙오하는 대원 없이 등반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한국 경제의 리더들을 돕고 경제팀을 다독이는 미들맨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안도걸 예산총괄심의관(왼쪽)과 안일환 예산실장은 한국 경제의 곳간을 지키는 마지막 문지기다. /사진=기획재정부
안도걸 예산총괄심의관(왼쪽)과 안일환 예산실장은 한국 경제의 곳간을 지키는 마지막 문지기다. /사진=기획재정부
2년 전 비트코인 광풍이 꺼질 무렵 큰 손실을 본 이가 괴로움을 호소했다.

미련을 버리라는 뜻에서 "그 돈은 원래 당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라"고 위로하자 그는 덜덜 떨면서 답했다.

"진짜 제 돈이 아니라 문제란 말입니다."

남의 돈을 굴리는 이들은 보다 신중하고 보수적이어야 한다. 그게 은행대출이든 지인에게 빌린 돈이든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매년 국민들의 혈세를 모아서 수백조원씩 지출계획을 짜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돌다리도 수백번쯤 두들기며 건널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반대다. 표가 된다면 세금 얼마를 들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여야 모두 총선을 통해 전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1차 추경으로 나랏빚 증가 속도가 빨라졌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기재부는 총선이 끝난 뒤 "소득 하위 70%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원칙을 재차 밝혔다. 여당에서 힘깨나 쓴다는 인사들은 "기재부가 말을 안 듣는다"며 난리다. 자칫 국회에 날아올 분노의 화살을 직업공무원들에게 돌리기 바쁘다.

한 예산실 공무원은 "흉년이 들어도 다음해 농사 지을 씨앗은 남겨놔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논리는 명료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재난지원금을 전액 지급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으니 이에 대비할 여력을 남겨야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다.

그래서 2차 추경에서 나랏빚을 내지 않고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7조6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한 것이다.

이들이 마련한 지출 다이어트에는 공무원 연가보상비 전액삭감을 통한 4000억원도 포함됐다. 공무원이 자기 밥그릇을 포기하면서 구휼미를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그 양이 적다고 아우성친다.

정부가 아껴놓은 적자국채 발행 여력은 10조원 이상 규모의 3차 추경에 쓰인다. 1~2차 추경이 취약계층의 숨을 붙여놓는 차원이었다면, 3차 추경은 기간산업과 금융권의 유동성을 확대하는 '경제 체력 보전'에 투입되는 돈이다.

기간산업은 한번 무너지면 되살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이 무너지면 반사이익은 글로벌 경쟁사들에게 돌아간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기간산업망이 이미 회복 불가의 피해를 입으면 경기반등을 이끌 주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그래서 정부는 기간산업을 지원할 정책을 짜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안도걸 예산총괄심의관은 총선을 닷새 앞둔 지난 10일 2차 추경을 설명하면서 "소득 하위 70%에게 줄 재난지원금의 국회 통과가 발등의 불"이라고 시급성을 표현했다. 이는 취약계층 지원 속도가 중요하다는 뜻도 있지만, 기간산업 지원대책을 짤 시간도 부족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소득하위 70% 재난지원금 지급 원칙은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기재부가 모두 모인 당정청 모임에서 협의가 끝난 사안이다. 총선 기간에 표 떨어질까봐 정치인들이 던져놓은 말대포로 흔들어서는 안된다.

더군다나 예산 편성에 관한 기재부 장관의 권한은 헌법에 명시된 사안이다. 국회가 헌법도 무시하면서 혈세의 향방을 결정한다면 기재부가 존재할 이유도 없다. 예산당국의 전문성 따위 찾지 말고 말 잘 듣는 경리직원을 뽑아서 일을 시키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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