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부진 뻔한데 여행株 주가는 왜 오를까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국민에 대한 한국행 방문 자제를 권고하는 국가가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26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끝 모르고 추락했던 여행사들의 주가가 최근 들어 큰 폭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분석에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수요가 몰린 덕이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더 좋지 않았던 데다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주가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하나투어 (59,300원 ▼700 -1.17%)는 전 거래일 대비 100원(0.24%) 오른 4만1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모두투어 (15,770원 ▲10 +0.06%)는 400원(1.18%) 오른 1만3150원에 마감했다.

하나투어는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3월 19일 저점이었던 2만7800원에서 최근까지 49% 넘게 상승했다. 모두투어도 지난 3월 23일 7690원에서 67% 넘게 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영업 부진을 겪을 것이 뻔한데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너무 많이 떨어져 있다는 심리와 함께 대형 여행사는 중소형사들에 비해 부진을 버텨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지난 1개월 사이 개인들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각각 62억여원, 50억여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지난해 4분기 기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자본 총계는 각각 1340억원, 1363억원에 달한다"며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하더라도 생존 가능한 체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 여행사들의 도산 및 감원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향후 업황 회복 국면에서 시장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실적이 언제 개선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은 향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나투어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 275억원을, 모두투어는 영업손실 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두 회사 모두 반토막이 났다.

매달 20만명 이상의 여행객을 해외로 보내던 하나투어는 지난달 패키지 송출객 수가 99.9% 줄어들었다. 모두투어도 사정은 비슷하다. 2분기 실적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고, 종식된다 하더라도 해외여행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두 회사의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류로 조정하는 곳들도 있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각국의 격리조치 해제, 비행편 및 여행상품의 부활, 문화적·인종적 차별행위 소멸 등의 단계를 거쳐 점진적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살아날 수밖에 없는 충격이 가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격적으로 여행업에 대한 우호적인 가정을 하더라도 연말쯤 근거리 수요의 느린 회복세, 지금으로부터 1년 이후에나 장거리 수요의 본격 회복을 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