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 TV 국내 상륙 본격화…"75형이 삼성·LG 반값"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삼성전자 '프레임 TV'와 똑같은 컨셉의 전시관을 운영한 중국 TCL/사진=이정혁 기자

중국 최대 TV업체 TCL이 한국에 '반값 TV'를 출시하면서 중저가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와 LG전자 (92,400원 ▲900 +0.98%)가 8K TV 등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는 사이 TCL은 박리다매식 마케팅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그동안 소형 TV만 주로 팔아온 TCL이 이번에는 75형 등 대형 제품까지 들고나온 만큼 흥행 여부에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TCL은 이달부터 국내 일부 대형 마트에 32~75형 크기의 스마트 TV를 내고 할인 판매에 돌입했다.

4K UHD(초고화질) 65형은 77만9000원, 75형은 149만9000원이다. 비슷한 크기의 삼성전자와 LG전자 TV의 반값에 그친다. 배송비와 설치비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을 설치할 수 있고 HDR(하이다이내믹레인지) 기능도 지원한다. 불량화소가 1개만 있더라도 무상보증한다고 홍보하면서 저가 중국산 제품 이미지 탈피에 나선 모습이다.

TCL이 한국에서 이렇게 싼값에 TV를 팔 수 있는 것은 브랜드와 서비스 등 각종 투자가 없기 때문이다. 한시적으로 제한적인 유통 채널을 통해서만 집중 판매하는 전략이다.

업계는 32~55형에서 재미를 본 TCL 국내 총판이 TV 대형화 추세에 맞춰 65형과 75형을 동시 출격시킨 것으로 본다. 국내 중소중견기업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TV를 만들지만 65형 이상 대형은 드물다.

TCL의 반값 TV가 한국에서 의미 있는 판매량을 기록할 경우 중국 본사 차원에서 향후 판매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TCL이 지난해 하반기 국내에서 'TCL QLED' 상표 등록을 마친 만큼 조만간 신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

TCL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QLED TV 외에 '마이크로 LED', '세로 TV' 등 삼성전자와 비슷한 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TCL은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점유율(금액 준) 6.5%로 4위를 기록했다. 판매 수량 기준으로는 9.2%(3위)로 중국업체인 하이센스(7.8%)와 샤오미(5.8%)를 앞질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팔리는 TCL TV는 2018~2019년 구형 모델로 추정된다"며 "가성비는 좋겠지만 제품 경쟁력이나 AS(애프터서비스) 측면에서는 물음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