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나쁘면 걸리는 거죠" 클럽가는 20대의 근자감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지난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용인 66번째 환자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7일 오후 환자가 다녀간 클럽의 모습. 2020.05.07. dadazon@newsis.com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11일 0시 기준 86명에 달하면서 20대가 새로운 감염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대가 코로나19를 '운 나쁘면 걸리는 병'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어 방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12일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의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 등에 따르면 2~30대들은 감염 여부는 '어느 정도 운이다' 혹은 '아무리 조심해도 감염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운명론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감염되냐마냐는 사실 어느정도 운이다"라는 문항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비율은 20대(53.9%)와 30대(62.4%)가 가장 많았다.

/사진제공=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

게다가 유독 서울지역의 20~30대는 방역수칙을 실천하는 게 코로나19 방역에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경향성이 뚜렷했다.

"다중이용시설 및 업소 이용 자제가 코로나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에는 94.7%의 서울지역 20대가 '그렇다'고 응답했지만, 실제 "항상 이용을 자제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4.3%에 불과했다.

유 교수는 "운명론적 믿음(fatalism)이 클수록 (클럽 등) 다중이용시설을 더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영향력은 통계적으로 유의했다"고 설명했다.

20대는 왜 코로나19에 방심할까?…"'나는 괜찮겠지'라는 낙관적 편향때문"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지난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용인 66번째 환자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7일 오후 환자가 다녀간 클럽의 모습. 2020.05.07.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20~30대가 코로나19에 방심하는 이유를 자신의 건강에 치명적인 것을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고, 위험한 사고는 다른 사람에게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낙관적 편향(optimistic bias)'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2015년 우리나라에서만 186명의 환자를 발생시킨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때도 무사히 지나왔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19도 나를 피해갈 거라는 '과도한 낙관'을 펼치게 된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 편향은 주로 젊은 세대에 더 많이 나타나지만, 기존에 유행했던 감염병을 경험한 노인 세대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곽 교수는 "지금 필요한건 현실적 낙관"이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나는 노력한 만큼 했으니 병이 안걸리겠지'라는 현실적인 조치 이후에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낙관적 편향은 나쁜 심리 기제는 아니다. 오히려 일상 생활하는데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낙관적 편향이 부정적 가능성을 사고에서 제거해 인간이 활동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이 과도할 경우 대규모 감염병 사태를 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식의 사고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시민의식'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의 생존 본능 때문에 '나'가 먼저 인건 당연하다"면서도 "나 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 방역에 신경쓴다는 의식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