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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솔로몬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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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0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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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18개 정부 부처 가운데 나라 살림을 고민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백성들에게 얼마를 거둬 어디에 얼마를 쓸지 결단해야 한다. 나머지 부처는 돈을 어떤 사업에 쓸지만 생각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기재부 안에서도 돈을 걷는 일을 전담하는 세제실과 쓸 곳을 정하는 예산실의 처지는 또 다르다. 세제실 공무원들은 “우리가 세금을 1000억원 늘리기 위해 세법을 고치려면 공청회부터 여론 조성, 국회의원 설득까지 온갖 노력을 해야 하는데, 예산실은 1조, 2조 사업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는다”고 한다.

올해처럼 1,2,3차 추경까지 마련하느라 새벽 퇴근이 일상이 돼 버린 예산실 공무원들의 노고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2년 전 격한 논쟁 끝에 도입한 종교인 과세로 발생하는 세수가 많아야 몇백억 수준이라는 걸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을 거둬들이는 사람은 환영을 받지 못한다. 예산은 많이 줄수록 고마워한다.

요즘 같으면 세제실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현재를 전시상황으로 규정하며 재정 역량을 총동원할 것을 주문했다. 당정은 1,2차 추경을 11조 7000억 원, 12조2000억 원 규모로 편성한 데 이어 3차 추경을 단일 추경으로는 30조원 이상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겠다고 했다.

경기 악화로 세금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대부분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 국채는 언젠가는 세금을 거둬서 갚아야 할 빚이다. 빚은 항상 이자에 이자가 붙어 복리로 늘어나기 때문에 뒤로 미룰수록 가혹해진다.

재정을 퍼부어야 소비가 늘어 세금이 더 잘 걷힌다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거라고 아무도 믿지 않는다. 정부가 뿌려준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아 소고기를 사 먹고, 스타벅스 커피를 사 먹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형편이 일시적으로 나아질지 모른다. 하지만 사룟값과 로열티 등으로 해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온전히 그 돈이 국내 경제에서만 돌지 않는다. 퍼붓는 돈보다 더 많은 세금이 걷힌다면 이 세상에 못 사는 나라는 하나도 없어야 한다.

오히려 무리한 재정정책은 후대에라도 반드시 복수한다. ‘지혜의 왕’이라고 불리는 솔로몬도 그 복수는 피해가지 못했다. 이스라엘 왕국을 다윗으로부터 물려받은 솔로몬은 성전 건축 등 대규모 재정사업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징수했다. BC 912년 솔로몬이 죽자 그의 아들 르호보암이 왕국을 계승했다.

솔로몬 재위 시절 이집트에 망명해 있던 여로보암이 백성들을 이끌고 르호보암을 찾아가 호소했다. “당신의 아버지는 우리를 혹사시키고 우리에게 무거운 짐을 지웠습니다. 이제 당신은 이 짐을 가볍게 하여 우리 생활을 편하게 해 주십시오.”(역대기하 10장)

하지만 새 왕은 단호했다. “내 아버지가 당신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웠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 짐을 더 무겁게 할 것이오. 내 아버지는 채찍으로 당신들을 다스렸지만 나는 전갈로 당신들을 다스리겠소.”

결국 백성들의 반란으로 왕국은 르호보암 중심의 유다, 여로보암을 중심의 이스라엘로 분리된다. 솔로몬이 이룬 종교적, 외교적 성과도 물거품이 됐다.

코로나19로 저소득층이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수요 감소로 근원물가가 0%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재정에 나서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돈 쓸 때는 항상 재원 마련의 고충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문 대통령 주재로 국가 재정전략을 논의한 최고 회의에서까지 그 누구도 증세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눈을 질끈 감는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불편한 현실을 외면하면 갈등과 분열만 미래 세대에 유산으로 남길 뿐이다.
[광화문] 솔로몬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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