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 676조원 못받을 수도…ECB 배드뱅크 설립 논의"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사진=AFP

유럽중앙은행(ECB)이 배드뱅크(Bad bank) 설립을 논의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팬데믹(대유행) 위기에 맞서 경기부양을 위해 1조유로가 넘는 규모의 재정지원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미상환 채권 처리에 대비하기 위함이란 설명이다.

10일 로이터는 사안에 정통한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ECB가 미지급 유로화 부채를 다루기 위한 '배드뱅크' 아이디어 검토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으며 최근 몇 주 간 이 계획에 대한 작업이 가속화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배드뱅크란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나 채권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을 뜻한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역대급 규모 재정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날 로이터가 인용한 통계에 따르면 신용카드, 자동차 대출, 모기지 등에서 완전히 상환될 것 같지 않은 유로존 내 부채 규모만 5000억유로(약 676조8000억원)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즉 배드뱅크 설립 논의는 대출자들이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그들에게 돈을 빌려줬던 시중은행이 입게 될 부정적 여파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유럽안정화기구(ESM)가 배드뱅크에 보증을 서는 방안이다. ESM이 보증을 서면, 배드뱅크는 시중은행의 부실 채권을 사들여 신규 채권을 발행하고 이를 관련 은행들에 판다. 은행들은 해당 채권을 담보로 중앙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구상안에 걸림돌도 있다. 바로 유로존 최대 경제국가 독일이다.

이날 로이터는 "부실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범유럽적 계획은 독일의 정치적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안드레아 엔리아 ECB 감독이사회 의장은 "(배드뱅크) 개념을 지지한다"면서도 "현재 논의하기엔 너무 이르고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얼마나 심각할지도 아직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은 6000억유로 이상의 자본을 보유중"이라며 "이정도면 코로나19 2차 확산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ECB는 로이터에 이와 같은 배드뱅크 설립에 대한 언급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