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마다 'K'브랜드 만들기…내실강화는 뒷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계기로 국가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K' 브랜드를 이용한 정부의 마케팅·인증 정책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마다 정책이 다르고, 브랜드도 우후죽순 난립하는 모습이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는 최근 우수 수출상품 인증제도인 '세계일류상품'의 로고를 'K'나 태극마크가 들어가는 방향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세계일류상품은 세계 시장점유율 5위 이내거나 향후 가능성이 높은 상품·기업을 선정해 해외 마케팅, 금융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선정 시 인증서와 공동로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존까지는 숫자 '1'을 형상화한 로고를 사용해왔다.

산자부 관계자는 "기존 세계일류상품 로고가 숫자 1만 형상화돼있어서 한국 제품이란 점을 나타내기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아직 로고를 개발 중이지만 태극이나 K의 형상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코트라 관계자도 "브랜드 전문업체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로고 제작에는 1000만원 가량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문제는 우수 제품에 'K'를 형상화한 국가인증 브랜드를 부여하는 유사한 제도가 이미 존재하는데도 부처마다 새롭게 'K'로고를 부착한 인증 브랜드를 추진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 동남아 3국 순방에서 중소기업 공동브랜드 '브랜드K'를 선보였다. 중소기업 마케팅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우수 중소기업 상품을 선발해 수출지원 등 정책혜택을 주고 로고 사용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세계일류상품과 다르지 않다. 중기부는 지난해 39개 제품을 선정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코젠바이오텍의 진단키트, 씨엔투스성진의 KF마스크 등 81개 제품을 2기 브랜드K 제품으로 추가 선정했다.

태국을 공식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2일 태국 방콕 쇼핑몰 센트럴월드에서 열린 중소기업 국가대표 브랜드 '브랜드 K' 런칭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코트라 관계자는 "인증하고자 하는 기술·기준·대상이 다르다"고 말했다. 브랜드K가 중소기업 제품 대상인 반면 세계일류상품은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상품을 선정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세계일류상품은 산업부와 코트라가 20여년 전부터 징행해오던 제도"라며 "(브랜드K 등)다른 인증제도보다 정통성이 높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K' 로고를 형상화한 브랜드가 부처마다 제각각 생성·관리될 경우 국가인증 브랜드로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5년까지 지방자치단체 등이 만드는 공동브랜드가 1만2000개 이상 난립했지만 성공한 브랜드는 얼마 없다. 각 부처마다 비슷한 인증브랜드를 만들 경우 이같은 현상이 되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방역 등으로 브랜드가치가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이용한 'K'로고도 부처총괄로 관리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공동브랜드인 스위스의 '스위스 메이드'라벨이 스위스라벨협회를 통해서만 관리·운영돼 신뢰를 얻은 것처럼 'K'를 사용한 공동브랜드 역시 단일하게 사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도 "'K'를 형상화한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난다면 어느 브랜드 하나 신뢰도를 쌓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무조정실 등에서 나서서 로고·인증을 공동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