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지휘권 발동에…"국민적 통제일뿐" vs "윤석열 흔들기"

사진은 지난 1월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뉴스1DB)2020.7.2/뉴스1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헌정사상 두 번째로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시민단체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수사자문단이 '제식구 감싸기' 도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만큼 적절한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반면 일각에서는 정치적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2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A장관과 B총장이라고 보면, B총장의 측근 C라는 사람과 관련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처음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무리하게 전문자문단을 소집하려고 하는데, 진보·중도·보수를 떠나서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일로 사회적 지적이 쏟아졌는데 고치지 않는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총장이 측근과 연결된 사건에서 이상하게 하니까 법무부장관의 국민적 통제가 발동한 것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진보성향의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연대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독립적 수사가 관건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들은 전날 논평에서 "현직 검사장이 관련된 구체적 사건에 대해 일선 수사팀과 대검찰청 지휘부가 의견조율을 넘어 사생결단식으로 대립하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라며 검찰총장이 사실상 주도해 자문단을 소집하고 기소 여부를 묻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측은 "검찰수사의 적정성을 판단해 기소나 불기소 의견을 제시하는 자문단을 피의자 측 변호인의 요청으로 소집하는 것은 전례도 없고, 제도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이 자문단 위원 추천을 거부한 상황에서 자문단이 공정하게 구성 및 운영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긍정하는 입장을 취했다.

신승목 적폐청산국민연대 대표도 "현직 검사장이 이런 사건에 연루됐다는 현실 자체가 개탄스럽다"면서도 "검언유착 사건의 피의자가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다. 윤 총장의 평소 주장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본인에게 (수사상황을) 보고하지 말라고 먼저 말을 해야 했는데, 이런 일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성향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측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두고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을 가했다. 이종배 법세련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수사지휘권 발동은 매우 정치적이고,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이 이른바 '현 정권 실세'로 불리는 인물들이 연루된 사건의 수사를 다수 진행하다 보니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는 취지다.

이 대표는 "윤 총장을 찍어내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압박을 하고 있다"며 "불순한 의도로 윤 총장을 압박하기 위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 같다. 추 장관이 사퇴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 행위"라고 지적했다.

법세련 측은 입장문을 통해서도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쿠데타"라며 "윤 총장을 찍어내고 어용총장을 앉히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집권세력의 압력에 굴복해 검찰총장이 물러나는 나쁜 선례가 남는다면 앞으로 검찰개혁은 물 건너가게 될 것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유린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권민식 사법시험준비생모임 대표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을 흔들기 위해 일부러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 같다"며 "구체적 수사에 대한 지휘권은 검찰총장만 가지고 있다. 그걸 법무부장관이 무력화해 윤 총장의 권위를 깎아버린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