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유연성 확대" 언급하는 美…주한미군 2만8500명 무의미해질 수도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주한미군 감축설을 공개적으로 부인했다. 다만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강조하며 순환배치를 늘려가겠다고 했다. 미국이 전세계 미군 운용 틀을 바꿔가는 과정에서 한국이 받게 될 영향이 주목된다.

美 국방 "주한미군 철수 명령 내린 적 없다" 공식부인에스퍼 장관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화상 세미나에서 주한미군 감축설의 진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나는 한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로 불거진 주한미군 감축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단 "우리는 우리 군대가 최적화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모든 사령부에서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밝혔다. 부임 후 발표한 '국가국방전략'(NDS)을 언급하며 "NDS의 핵심은 모든 통합전투사령부를 검토하고 국가국방전략 뿐 아니라 우리가 맡은 지역 임무를 수행하도록 우리가 최적화됐는지 확인하는 것"이란 발언에 뒤따른 설명이다.

에스퍼 장관은 "계속해서 더 많은 부대들의 역내 순환배치를 추진할 것"이라며 "미국은 전 세계의 도전들에 대해 보다 큰 전략적 유연성을 갖고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부연했다.

미 국방부도 에스퍼 장관 발언의 의미를 재확인했다. '미국의 소리'에 따르면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주한미군 감축설과 관련해, "에스퍼 국방장관의 발언에 더 추가할 것이 없다"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강력하다"고 했다.


동시에 호프먼 대변인은 미국이 "현재 전 세계 미군의 병력배치 문제를 검토 중"이라며 "병력배치 재검토는 미군의 오래된 임무를 줄여가며, 국방전략에 의거해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또 순환병력을 늘릴 것이라는 에스퍼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전 세계에 상시 배치한 미군의 숫자를 줄이면서 준비태세를 향상시키고 다양한 지역에 파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 부연했다.

미군이 전세계 상시배치 주둔 미군, 즉 '붙박이' 미군을 줄이고 순환배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군사력을 재배치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17일 'NDS 이행:1년의 성취'라는 자료에서도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작업을 재임 1년간 역점 과제로 꼽았다. 그는 이 자료에서 "각 전투사령부가 작전 공간 최적화를 위해 기존 임무와 태세를 통합하고 축소하는 백지상태의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프리카·유럽사령부 등에서 조정이 진행 중임을 밝혔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미국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미 국방부의 이번 검토가 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의견차를 유지하는 가운데 백악관에 전달됐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번 보도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독미군 감축을 결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실제로 병력감축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기지의 모습. 2020.7.19/뉴스1

전략적 유연성 다시 강조하는 美'전략적 유연성'은 2000년대 초반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 계획이 공식화되며 쓰이기 시작한 표현이다. 정확히는 2002년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 Global Defense Posture Review)으로 공표됐다. 조지W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0년대 중반 '전략적 유연성'이 주한미군과 연관 돼 국내에서도 한창 논란이 됐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들어 전략적 유연성의 구현이 다시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국의 사활적인 이해가 걸려 있지 않는 지역에는 개입하지 않고, 필요할 때 필요한 전력을 적시에 집어 넣겠다는 의미"라며 "특정 지역이 아닌 패러다임을 바꾸는 수준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고 전반적인 틀이 바뀔 경우 미 국방수권법이 명시한 주한미군 2만8500명의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미 의회가 지난해 통과시킨 '2020 국방수권법(NDAA)'에는 주한미군을 현 수준인 2만8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드는 비용을 미 행정부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임의로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없는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미군이 전세계적인 틀을 바꾼다면 이 '장치'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미중대결 구도에서 주한미군 구성을 바꿔나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군은 1950년대부터 북한을 겨냥해 배치해 구성돼 왔으나, 중국 견제에 방점을 찍어 운영해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전 국방부 당국자는 "우리는 주한미군 숫자만 얘기하는데, 미국에선 숫자 보다 구성에 더 관심이 있을 수 있다"며"한반도에서 미국이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가장 적절한 형태의 부대 구성이 무엇인지를 검토할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