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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챙겼는데 복구 막막"…'700㎜ 물폭탄' 철원주민 한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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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0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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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수마 할퀸 철원 현장…"가족 연락 안돼" 발동동 다리 불편해 집에서 비 그치기 기다린 아찔한 상황도

엿새째 철원지역에 최대 7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진 6일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주민들이 침수로 파손된 가구와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있다. 2020.8.6/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엿새째 철원지역에 최대 7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진 6일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주민들이 침수로 파손된 가구와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있다. 2020.8.6/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철원=뉴스1) 황덕현 기자,이밝음 기자,김유승 기자 = "정확히 120㎝, 제 키가 160㎝쯤 되니까 허리 위까지 잠긴 셈인데…큰일날 뻔 했죠. 일단 몸은 건강하게 간수했으니까 다행인데 이제부터 치우고 집기 챙기려면…"

철원 동송읍 생창리에 사는 30대 이모씨는 집앞에 서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아직 집 안에 들어가보지도 못했다. 거실에 놓아뒀던 냉장고는 넘어졌고, 이에 밀린 상자와 의자들이 문을 박살내고 현관까지 나와 있었다.

옷방에도 허벅지까지 물이 들어찼다. 조립형 옷장에 걸어뒀던 옷가지들은 모두 젖었고 흙도 덕지덕지 묻은 상태다. 부엌의 가스레인지와 전자레인지도 사실상 못쓰게 됐다. 이씨는 "빗물에 떠내려온 쓰레기까지 뒷마당에 쌓여있어서 어디서부터 손 대야 할지 엄두가 안난다"며 울상을 지었다.

지난 1일부터 누적되기 시작한 철원 지역 강수량은 이들이 대피하기 전후인 5일 오후 1시까지 605.5㎜(철원 동송읍 장흥리)를 넘었고, 5일 오후 1시10분 기상청 '제08-100호 기상속보'에 따르면 1시간 강수량은 33.5㎜(철원읍 외촌리)에 달했다. 그야말로 폭우가 쏟아진 셈이다.

6일 오전 11시 현재 현장에는 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하고 있다. 앞서 오전 10시까지는 철원에 691㎜의 비가 퍼부었다.

"1996년에도 홍수가 나서 마을 전체를 덮쳤지요. 이번에는 한 사흘 전부터 둑 위로 물이 넘실거리다가 한번에 확…비상약 봉지랑 지갑만 챙겨서 얼른 나왔는데 냉장고, 세탁기, TV 다 버리게 생겼네요."

오덕리 오덕초등학교 대피소에서 만난 박영치씨(81)도 이렇게 회상했다. 평생 철원 일원에서 산 그는 이번 비처럼 순식간에 물이 덮친 게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 두고 나왔다"는 그는 "아직도 심장이 쿵쿵 뛰는데, 일단 얼른 다시 돌아가면 좋겠다. 허리 넘게 물이 찼다는데, 어제 뛰쳐 나올때보다는 지금 비가 덜오니까 언제 되돌아 갈 수 있을지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박씨는 "비 때문에 우산이 휘청이는데 살기 위해 뛰쳐나온 셈"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피를 포기하고 집에서 상황 완화를 기다리던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이을송씨(86)는 대피 대신 침대 위에서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여태까지 60년 동안 물이 넘치도록 차는 걸 못 본 도랑이 넘치면서 어디 움직이지도 못했다"고 이씨는 말했다.

특히 넘어져서 다리가 성하지 못해 미끄러져서 다치면 죽을 것 같았다고도 말을 이었다. '가족에게 연락했느냐'는 물음에 그는 "아들이 준공무원인데, 그쪽에서도 수해지원을 가야 해서 도움 받지 못했다"면서 말을 줄였다.

한쪽에서는 수해복구가 한창이었다. 농기구까지 동원되기 시작했다. 철원소방서에서 물을 공급하면 이를 제초제를 뿌리는 농기계에 옮겨 담고 흙탕물을 씻어내는 것이다. 물이 다시 가득찼지만 조금씩 씻겨가는 흙을 보면서 자원봉사자들도 한숨을 내쉬었다.

엿새째 철원지역에 최대 7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진 6일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주민들이 침수로 파손된 가구와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있다. 2020.8.6/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엿새째 철원지역에 최대 7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진 6일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주민들이 침수로 파손된 가구와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있다. 2020.8.6/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정모씨(69)도 "아직도 가슴이 후덜덜"이라고 말했다. "더이상 여기(철원에) 못 살겠다"는 그는 한숨을 연신 내쉬었다.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힘들었는데, 이제 농사까지 다 망쳤다"는 그는 "겨우내 먹으려고 저장해놓은 고추와 감자 수확물이 물에 다 불어 터졌을텐데 당장 들어가도 밥 해먹을 쌀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독거 중인 정씨는 "집에 가봐야 하는데, 가기가 무서운 상황"이라며 "치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도 걱정을 나타냈다.

구순을 바라보는 박범순씨(89)는 침수사태로 휴대전화가 고장나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이다.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해서 숫자 1번을 누르면 큰 아들, 2번 누르면 작은아들, 3번은 며느리인데 통화를 못하니…"라고 박씨가 말했다.

그는 양쪽 무릎 연골수술을 해서 침대에만 내내 지내다가 급히 대피했다. 밤새 빗줄기가 굵어지는 소리만 들으면 긴장됐다. "당뇨때문에 배 고프면 금방 쓰러져서 약만 이틀치 들고 나왔는데, 여기 신세지기도 싫은데 지금은 있는 수 밖에 없으니 여기(재난구호쉘터) 있다"면서 어두운 표정을 내비쳤다.

철원군내 곳곳을 휘감아 흐르는 한탄강 수위는 도로나 인도까지 높이가 1m 안팎만 남겨둔 상태다. 보호소에 임시 거처를 둔 주민들은 추가적인 호우나 토실 유사 등으로 상황이 악화하지 않을지 계속 걱정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곳곳에서는 주민들이 벌써 복구작업에 나선 상태다. 김화읍 생창리 일대 주민들은 흙탕물을 걷어내고 부서진 집기 등을 치우기 시작했다. 오전 9시50분께 현장을 찾은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인력을 잘 지원하고, 최대한 돕겠다"면서 주민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6일 오전 10시께까지 700㎜에 육박하는 누적 강수량을 보이는 가운데 5일부터 대피했던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에서 국군 장병들이 농가에서 생산한 파프리카를 하나씩 닦고 있다. © News1 황덕현 기자
6일 오전 10시께까지 700㎜에 육박하는 누적 강수량을 보이는 가운데 5일부터 대피했던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에서 국군 장병들이 농가에서 생산한 파프리카를 하나씩 닦고 있다. © News1 황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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