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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딜러라 믿었던 그놈은 사기꾼, 중고차 '삼각사기'에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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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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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27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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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자료사진
중고차 시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자료사진
A씨는 중고차 거래는 구매 때만 조심하면 되는 줄 알았다. 중고차 거래 어플리케이션도 많이 나와 파는 것은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딜러인줄 알았던 사람은 사기꾼이었고, 실제 딜러는 A씨 이름으로 막도장을 파서 계약서에 찍었다. A씨는 계약서 한번 못보고 차를 사실상 빼겼다. 내놓은 차는 팔리고, 차값은 중간에서 사기꾼이 가로챘다.


어느날 다가온 그놈..."시가보다 높게 구매하겠습니다"


A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의 레인지로버 이보크 차량을 팔기로 결심하고 중고차 판매 어플리케이션에 등록했다. A씨는 판매가격을 5000만원으로 설정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을 딜러라고 소개한 이모씨가 접근해 왔다. 이씨는 차량을 4800만원에 구입하겠다고 했다. A씨는 어차피 가격 흥정을 생각하고 있던 터라 적당한 가격이라고 판단해 매도를 결정했다.

계약날 A씨는 한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이씨를 만났다. 이씨는 성능검사를 위해 A씨에게 차량을 검사소에 넣고 나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감증명서와 신분증은 검사 서류작업에 필요하니 조수석 서랍에 넣어두라고 했다.

A씨는 이씨의 말에 따랐고 차를 입고시킨 뒤 그를 따라 근처 카페로 갔다. A씨는 이씨에게 "왜 사무실로 가지 않고 카페로 가느냐"고 물었지만 이씨는 "사무실이 지금 공사중이라 덥다"고 답했다.

카페에 들어간 A씨는 기분이 이상했지만 이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검사가 끝나길 기다렸다. 그러던 A씨에게 갑자기 3920만원이 입금됐다. A씨는 이씨에게 "돈이 4800만원보다 적게 들어왔다"고 따졌다. 그러자 이씨는 "전산실수로 돈이 잘못 들어간 것 같다"며 "돈이 한번에 나가야 하니 3920만원을 자신에게 송금해주면 4800만원을 다시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말에 A씨는 이씨에게 3920만원을 송금했다. 돈을 받은 이씨는 직원에게 전화를 하겠다며 카페를 나갔다. 이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딜러와 판매자 간에 사기꾼 끼어드는 '삼각사기' 기승


이씨는 중고차 매매 전문 사기꾼이었다. 그는 실제 딜러가 아님에도 딜러 행세를 하며 주로 스마트폰 중고차 매매 어플에 차량을 등록한 이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씨는 판매자들에게 시세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에 차를 사겠다며 현혹시켰다.

그러면서 이씨는 실제 딜러인 최모씨에겐 시세보다 차량을 싸게 팔았다. A씨에겐 4800만원에 차를 사겠다고 한 뒤 최씨에겐 3920만원에 팔겠다고 한 것이다. 이씨는 계속해서 딜러 행세를 하며 계약일 전까지 A씨와 최씨 사이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A씨가 차량을 검사소에 입고시키자 계약서 작성이 이뤄졌다. 이씨는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차량을 입고시켰으니 조수석에 있는 서류로 계약서를 작성하면 된다"고 했고 최씨는 A씨 이름으로 막도장을 파서 자동차양도증명서를 작성했다.

최씨는 작성한 양도증명서를 구청에 접수시킨 뒤 A씨 계좌로 3920만원을 입금시켰다. 계약서가 작성되는 과정에서 A씨는 당사자임에도 철저히 배제됐다. 계약 당사자 확인이 필요함에도 편의상 그대로 진행한 것이다.



사기 피해 인정돼도 실제 딜러는 공범 인정 안돼


A씨는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씨와 딜러 최씨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이들이 공모해서 자신을 속인 뒤 차량과 대금을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들에게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를 적용시켜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수사 끝에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남부지검은 이미 동종범죄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씨에 대해서만 상급청 이송 처분을 내리고 딜러 최씨 등 나머지에 대해선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최씨를 이씨와 공범 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불기소결정서에 따르면 검찰은 최씨에 대해선 실제로 약정 금액을 A씨 계좌로 입금시켰고 이씨가 범죄수익을 최씨와 공유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최씨가 이씨와 공모한 정황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A씨 명의로 막도장을 파서 당사자 확인도 없이 계약서에 찍은 것은 중고차 매매 시장에서 통용되는 '관행'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씨 측은 당사자 직접 확인도 없이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사문서위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재정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 중고차 거래시 당사자 직접확인 절차 반드시 지켜지도록 해야


법조계에서는 중고차 거래 과정에서 당사자 직접확인 없이 계약이 이뤄지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리가 멀어 편의상 당사자 직접확인 없이 계약이 이뤄지다 보니 이를 악용한 사기 수법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규 법무법인 은율 변호사는 "범행의도 판단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 사기죄는 인정되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당사자가 계약사항을 직접 확인하지 않는 관행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이와 비슷한 사례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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