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막차' 현실로…금감원, 5대 은행에 '점검' 예고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 추이/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폭증한 신용대출에 금융당국이 결국 칼을 빼 들었다. 금융감독원은 주요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철저한 관리를 당부하면서 3개월 후인 12월 은행별 점검에 나서겠다고 통보했다. 그동안 코로나19(COVID-19)로 어려운 실수요자들 때문에 규제를 망설였으나 주식, 부동산 투자 명목으로 나가는 신용대출이 한계를 넘었다고 판단해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은행감독국은 이날 오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들을 화상회의로 불러 모았다. 신용대출 증가세가 시중은행 못지않은 카카오뱅크 임원도 회의에 불려왔다. 최근 몇 달 사이 급증한 신용대출 문제를 짚어보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가파른 각도로 치솟았다. 지난달 전월대비 증가폭이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증가세가 멈추지 않았다. 지난 10일 기준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난 125조4172억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은행별로 신용대출 관리 계획안을 내달라고 주문했다. 현황과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담으라고 했다. 또 신용대출 용도를 꼼꼼하게 파악하는 등 자체적인 모니터링에 신경 써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개월 뒤인 12월에 점검에 나서겠다고 했다.

회의에서 금감원은 일부 은행의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을 언급하며 한도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신용대출은 간편하게 이용하기 쉬워 ‘컵라면 대출’로 불리기도 한다. 그동안 은행은 한도를 조정하고 싶어도 ‘비 올 때 우산 뺏는’ 상황을 우려해 망설였는데 고신용자 대상 상품 위주로 ‘조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금감원은 은행들을 향해 신용대출 경쟁을 벌였는지도 확인했다. 최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신용대출 증가가 은행권 대출 실적 경쟁에서 비롯됐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일부 은행의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 부행장들은 “신용대출 경쟁을 벌인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금감원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점검도 재차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DSR을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DSR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신용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쓰이지 않는지, DSR이 잘 준수되는지 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감원과 5대 은행 부행장들은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려운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 공감대를 모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결국 은행마다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부터 손 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한 은행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현재까지 우량업체 재직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 한도만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