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보내기에 택배 더 늘었는데…근심 깊은 유통가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전국택배노조가 오는 21일부터 택배 분류작업을 전면 거부한다고 밝힌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한 시내의 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2020.09.18. [email protected]

유통가가 본격적으로 추석 선물 판매에 돌입한 가운데 택배노조는 오는 21일부터 택배 분류작업에 대해 '전면거부'를 선언했다. 택배 분류작업 거부 기사는 주요 택배회사 기사의 10%인 4000명선이지만, 추석 선물 물량이 급증하는 추석을 열흘 앞둔 시점이라 유통가의 고심이 크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 '택배 노동자 분류작업 전면거부 돌입 및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1일부터 무기한으로 택배 분류작업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이 업무 과중으로 연이어 과로사해 분류작업 인원 충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대상이 되는 택배회사는 롯데택배·한진택배·CJ대한통운·우체국 등이다. 전국의 택배 노동자 5만여명 가운데 10%에 가까운 택배노조 4000여명이 분류 작업을 거부한 셈이라, 배송작업에 장애가 예상된다.

유통가의 고심도 커졌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라 귀경·귀성하는 대신 선물세트로 마음을 전하는 일이 늘면서 선물세트 물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9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식품관 과일 코너에서 한 고객이 과일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정부가 이번 달 10일부터 추석 연휴 기간인 다음달 4일까지 청탁금지법상 농축수산 선물 상한액을 이번 추석에 한해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농축수산 업계를 돕고 침체한 경기를 진작하기 위한 임시 조치다. 2020. 9. 9/뉴스1

이마트에서는 추석 선물 사전예약 기간인 지난달 13일~지난 15일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6% 신장했다. 롯데마트에서는 지난달 13일~31일까지 사전예약 기간 동안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29.4% 증가했고, SSG닷컴에서는 사전예약 기간인 지난달 13일~지난 16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68.9% 신장했다. 편의점 CU에서는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9일까지 사전예약 기간 동안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37.2% 증가했다.

여기에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이번 주말부터 매장 본판매를 실시하면서 배송 물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오는 19일부터, 롯데마트는 오는 20일부터 본 판매에 돌입한다.


추석선물 물량이 늘고 있는 만큼 자체 물류망을 가지고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희비는 극명하다. 자체 물류망을 가지고 있지 않은 e커머스를 중심으로 우려가 커진다. 반면 자체 배송망이나 배송 서비스를 가동하고 있는 곳은 우려가 덜한 상태다.

롯데백화점은 명절 연휴 직전까지 선물세트를 신속 배송하기 위해 배송 서비스를 더욱 강화한다. 롯데백화점은 기존에 온라인에서만 선보였던 3시간 '바로배송' 서비스를 본점 오프라인 매장에도 적용했다. 연휴 직전인 29일까지 본점 오프라인 매장에서 추석선물세트를 구매시 3시간 이내 서울 전 지역에 배송된다.

SSG닷컴은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의 추석 선물세트를 함께 판매 중이다. /사진=SSG닷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은 SSG닷컴 배송망을 이용한다. 온라인 구매 성향이 높거나 매장에서 인기 있는 상품은 SSG닷컴에 들여놓고, 자체 쓱배송으로 새벽배송이나 시간대 지정 당일배송으로 배송한다. 이 때문에 이마트, 신세계는 타 업체들보다 추석 선물 관련 택배 대란의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라고 보인다.

마켓컬리 역시 자체 물류망이 있어 영향이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켓컬리는 지방은 택배로 진행하지만 수도권은 자체 배송망을 사용 중이다. 추석선물을 예약하지 않고 새벽배송으로 바로 배송하는 경우는 자체 배송망으로 배송되기 때문에 택배 대란과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방에 보내는 선물은 일반 택배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마켓컬리는 일부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택배 대란이 장기화할 경우 편의점 자체 물류 인프라를 이용한 '점포간 배송'도 추석선물 방식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CU는 '끼리택배', GS25는 '반값택배'라는 이름으로 운영중이다. 일반 택배에 비해 반값 정도로 저렴한 대신 기간이 3~5일 정도 걸리지만, 일반 택배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이번 물류 대란에서는 빗겨나있다. 이 때문에 택배 대란이 심화할 경우 추석선물을 찾는 이들이 편의점을 찾을 수 있단 예상이다.

한 마트 관계자는 "택배 노조에 가입돼있는 분들이 10% 미만 정도의 극히 일부이므로, 추석 선물세트 배송 관련한 문제사항이 없거나 크지 않을 것으로 바라고 있긴 하다"며 "모쪼록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