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산 송유관 반덤핑 관세율↓…세아·현대 관세 돌려받는다

미국 정부가 한국산 송유관 반덤핑 관세율을 절반 이하로 낮췄다. 반덤핑 관세는 수출국(한국) 시장 가격보다 저렴하게 제품이 수출돼 수입국(미국) 산업이 피해를 봤을 때 가격 차이만큼 관세로 부과하는 제도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1일 한국산 송유관에 대한 반덤핑 연례재심(2015∼2016년) 결과를 2차 재산정해 최종 관세율을 4.23∼9.24%로 결정했다.


송유관은 유전에서 원유나 정유 등을 끌어올리는 데 쓰는 관으로 한국 기업 중에선 현대제철과 세아제강의 수출 비중이 가장 높다.

최종 관세율은 현대제철이 9.24%로 가장 높고 세아제강이 4.23%로 가장 낮다. 당시 현대제철의 수출 가격이 세아제강의 수출 가격보다 낮아 더 높은 관세율이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한국 기업은 세아제강과 현대제철의 조사결과를 가중 평균 낸 6.74%의 관세율을 부과 받는다. 2018년 연례재심 결과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상무부는 연례재심을 통해 매년 관세율을 다시 산정하는데 2018년 8월 연례재심 최종판정에선 원심 판정보다 대폭 늘어난 관세율을 부과했다. 2015년 10월 내려진 원심 판정에선 현대제철 6.19%, 세아제강 2.53%, 기타업체 4.36%였지만 연례재심에선 현대제철 18.77%, 세아제강 14.39%, 기타업체 16.58%를 부과했다.


연례재심 최종판정 당시 상무부는 한국산 송유관에 대해 재량으로 관세율을 결정하는 '특별시장상황'(PMS)을 적용했다. 상무부는 한국 철강업체가 한국전력공사로부터 값싼 전력을 공급받아 철강재 가격이 시장 논리에 따라 책정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전기료 특혜'를 받아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한국 철강업체는 연례재심 결과에 불복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했다. CIT는 올해 1월 상무부에 PMS 적용을 취소하고 반덤핑 관세율도 재산정할 것을 명령했다.

상무부는 지난 3월 현대제철 9.24%, 세아제강 4.70%, 기타업체 6.97%로 반덤핑 관세율을 재산정했고 지난 7월 CIT의 보완 지시에 따라 2차 재산정을 진행했다. 2차 재산정에선 현대제철의 관세율은 동일했지만 세아제강 관세율을 4.23%로, 기타업체 관세율을 6.74%로 더 낮췄다.

이에 따라 한국 철강업체들이 미국에 냈던 관세 중 일부를 되돌려 받게 됐다. 반덤핑 관세율은 해마다 책정되는데 다른 년도 관세율 산정에 있어서도 이번 판단 결과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2015~2016년 판매됐던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낮아졌기 때문에 이미 냈던 관세를 환급받는 개념"이라면서 "한국 강관 업체들은 모든 년도 관세율에 CIT 제소를 걸어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2차 재산정 결과는 미국 상무부가 한국 철강재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며 "앞으로의 관세율 산정·재산정에서도 긍정적인 선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반덤핑 관세율이 낮아진 것이 송유관 수출 물량이 회복되는 것과 직결되진 않을 전망이다.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유정 공사 업체들의 수요가 급감하고 송유관의 가격도 내려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율이 낮아졌지만 저유가가 지속돼 수출량이 늘어날지는 두고봐야 안다"고 설명했다.